라인으로 제자 불러 음란행위…일본 교사의 성범죄 실태

입력 2021-05-30 11:30
라인으로 제자 불러 음란행위…일본 교사의 성범죄 실태

아파트까지 빌려놓고 추행·사진 촬영…작년에 186명 징계

퇴출 제도 미흡해 교단 복귀…뒤늦게 입법·사적 연락 금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서 초중고 교사의 학생 상대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학생과 교사의 사적인 연락을 금지하고 성범죄 교원을 퇴출하는 법을 만드는 등 일본 정부와 국회가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미성년 학생에게 음란 행위를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 전직 초등학교 교원 등의 사례에서 일본 교육 현장에 확산한 성범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엿볼 수 있다.

30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전직 교원이던 한 남성은 가가와(香川)현의 초등학교에서 학생의 공부나 생활을 지원하는 지도원으로 일했는데 그때 알게 된 한 여학생을 아파트로 불러 몸을 만지거나 촬영하는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은 이후 약 300㎞ 떨어진 아이치(愛知)의 한 초등학교 교원으로 채용됐으나 근무지를 옮긴 후에도 가해 행위를 중단하지 않았다.

그는 작년 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일제 휴교가 실시된 틈을 타 가가와현에서 여학생에게 음란한 행동을 반복한 것이다.

남성은 피해 학생을 만나는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가가와의 아파트 계약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장거리를 오가며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 남성에게는 올해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이 내려졌다.

'외설·성희롱 행위'를 했다가 징계 면직 등 처분을 받은 공립 초중고 교원이 2020학년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 적어도 18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피해자 배려'를 이유로 실태를 밝히지 않은 학교는 제외된 수치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강제 성교, 공연음란 행위, 외설적인 목적으로 신체를 만지는 행위, 불쾌함을 유발하는 성적인 언동 등을 포괄해 외설·성희롱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전년도에 교원 273명이 외설·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것에 비춰보면 약 32% 감소했으나 상황이 개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한 휴교 등으로 학생과 교사가 대면할 기회가 감소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려되는 상황에서도 집요하게 성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온라인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악용됐다.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시의 한 공립 중학교 남성 교원은 SNS로 여학생을 불러 음란 행위를 반복하다 작년 10월 징계 면직됐다.

그는 "학교생활에 관한 학생의 상담을 받기 위해 전화나 라인(LINE·온라인 메신저의 일종)으로 연락하는 과정에서 친밀한 대화를 하게 됐다"고 시 교육위원회의 조사 때 진술했다.

교육위원회가 시립학교 교직원 약 6천600명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교원이 사전에 교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SNS나 이메일로 학생과 사적인 대화를 사례가 99건 확인됐다.



당국은 교사와 학생의 사적인 SNS 대화 금지에 나섰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교원이 SNS로 학생과 사적인 대화를 하는 것은 금지하는 등 규칙을 엄격하게 해서 불상사를 예방하라고 지난달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교육위원회에 통지했다.

문제 교사를 퇴출하는 제도적 장치도 허술했다.

성범죄로 교사 자격을 상실한 이들이 교원 면허를 다시 취득해 교단에 복귀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일본 국회는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이 교육 현장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조치를 담은 '교육 직원 등에 의한 아동 생도(학생) 성폭력 방지 등 방지에 관한 법률'을 28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해 제정했다.

그간 징계 면직된 교원이 면허 상실 후 3년이 지나 신청하면 면허를 자동으로 재교부받았는데 새 법은 재발급 거부 권한을 교육위원회에 부여한 것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취지를 전했다.

교원의 성범죄가 심각해지자 뒤늦게 이들을 퇴출할 최소한의 근거 법을 마련한 셈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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