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벨라루스의 여객기 강제착륙 서방측 비난은 "감정분출"
방러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루카셴코 "벨라루스 흔들려는 시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과 관련한 서방의 벨라루스에 대한 격렬한 비난을 비우호국에 대한 '감정 분출'이라고 지적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흑해 연안의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맞아 회담하면서 최근 발생한 벨라루스 당국의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푸틴은 회담을 시작하며 "이전에 합의한 대로 방문해줘서 고맙다. (회담) 합의는 이 사건(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으로 인한 분란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루카셴코는 푸틴의 '분란'이란 말을 이어받으며 "감정의 분출"이라고 보탰고, 이에 푸틴도 "그렇다. 감정의 분출이다"고 동의했다.
푸틴은 이어 지난 2013년 미국의 요청으로 오스트리아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전용기를 강제 착륙시킨 사건을 상기시키면서 "그땐 대통령을 비행기에서 내리게까지 했지만 (서방은) 조용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2003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가스수출국 포럼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모랄레스 대통령의 전용기는 미 정보당국의 기밀을 폭로하고 러시아로 망명한 미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몰래 태웠다는 의혹을 받아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에 비상착륙 해 14시간 동안 수색을 받은 바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에 "지금 (벨라루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기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누군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당신에게 보여줄 몇 가지 문서를 갖고 왔다"고 호응했다.
그는 "(서방이) 벨라루스 상황을 (격렬한 대선 부정 항의 시위가 벌어진) 지난해 8월 수준까지 흔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 이어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양국 대통령이 양자 관계 발전을 위한 현안과 경제통상·에너지·문화인적교류 분야 등의 합작 프로젝트 이행,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 추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스코프는 또 이번 정상회담이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 이전에 합의됐으나 이날 회담에서 이 문제도 거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대선 부정 논란으로 인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수시로 푸틴 대통령을 찾아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벌써 세 번째 방러다.
루카셴코는 지난 23일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시키도록 명령했다.
벨라루스 당국은 이 여객기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이 여객기에 탑승했던 벨라루스 야권 활동가 라만 프라타세비치(26)와 그의 여자친구가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벨라루스 보안당국이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외국 민간 항공기를 강제 착륙시켰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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