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10여년만에 옛 식민지 나미비아서 종족학살 자인

입력 2021-05-28 18:37
수정 2021-05-28 20:38
독일, 110여년만에 옛 식민지 나미비아서 종족학살 자인

대통령, 용서 빌 예정…나미비아 재건 위해 30년간 1조5천억원 내놓기로

"과거사에 종지선은 없어…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은 중요한 발걸음"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이 110여년만에 옛 식민지 나미비아에서의 종족학살을 공식적으로 자인하고 용서를 빌었다.

독일은 나미비아 재건을 위해 30년간 11억 유로(약 1조5천억원)를 내놓기로 했다.



나미비아와 독일은 27일(현지시간) 6년여간의 협상 끝에 독일이 1904∼1908년 제국주의 지배 시절 나미비아 헤레로족과 나마족에 대한 종족학살을 범했음을 공식적으로 자인하고, 이에 대한 표시로 11억 유로를 내놓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나미비아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장을 어떻게 다룰지 합의할 수 있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피해자들을 기리며 진정한 속죄를 향한 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 장관은 "독일은 1904∼1908년 제국주의 시절 나미비아에서 행한 만행을 미화 없이 공식적으로 종족학살로 명할 것"이라며 "역사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에 비춰 우리는 나미비아와 피해자들의 후손들에게 용서를 빌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미비아와 독일은 2016년 9월부터 9차례에 걸친 협상을 통해 양측의 화해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과거에 대한 공통된 조망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배상 문제에 대한 논란 끝에 지난 15일 합의에 이르렀다고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이 전했다.

양측은 정부 인가와 의회의 승인을 거쳐 나미비아에서 최종 합의에 서명할 예정이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나미비아 의회에서의 기념식에서 공식적으로 용서를 빌 예정이다.

독일은 나미비아 재건과 개발을 위해 농업개혁, 배수, 직업교육 등의 분야에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0억5천만 유로(약 1조4천3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하고, 5천만 유로(약 680억원)로는 화해재단을 건립할 예정이다.

마스 장관은 "과거사에서 종지선은 있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은 범죄를 만회하고, 공동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독일 제국은 1884∼1915년 독일 나미비아를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원주민에 대해 여러 차례 잔혹 행위를 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독일 식민지보호부대는 1904∼1908년 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헤레로족을 6만5천∼8만명, 나마족을 최소 1만∼2만명 학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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