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얀마 무장투쟁 목사 "유혈 탄압에 사냥총 들고 싸워"

입력 2021-05-30 07:00
[인터뷰] 미얀마 무장투쟁 목사 "유혈 탄압에 사냥총 들고 싸워"

"군경, 잇따라 패배하자 중화기로 민닷시 점령…시민재산 약탈·파괴"

"5천여명 대거 피난하면서 '유령도시'로 변해…식량 부족 가장 우려"



(양곤[미얀마] =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 시민군의 무장투쟁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 서부 친주 민닷이다.

대대로 사용해 오던 사냥총을 활용한 공격에 군경 수 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가 지역 소도시인 민닷에 지난 13일 계엄령까지 내린 것은 시민군 무장투쟁의 '전과'를 방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군경이 병력과 화력을 증강해 민닷을 점령하면서 대규모 피난 사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는 이와 관련, 현지에서 피난민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꼬 나잉(가명) 목사와 전화 통화를 갖고 현지 상황을 들었다.

꼬 나잉 목사는 민닷 주민들의 무장투쟁 이유에 대해 "다른 국민들처럼 쿠데타를 찬성하지 않기 때문에 평화적으로 반대 시위를 했는데 군경이 유혈 탄압만 하니까 무기를 들고 싸우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 사람들 대부분이 대대로 사냥을 해왔고, 그 사냥하는 총이 있으니 싸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민들 다수가 사냥용 총인 '뚜미'를 아주 잘 다루며 명중률도 높다고 그는 전했다.

꼬 나잉 목사는 화력 및 병력 우위를 앞세워 최근 민닷시를 장악한 군경이 가게나 시민들 집을 무차별적으로 약탈하고 파괴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만 빼고는 사실상 모든 주민이 도시를 떠났고, 이 때문에 먹이를 구하지 못한 개나 돼지 등이 도시 곳곳을 배회하는 등 사실상 유령 도시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인근 산악 지역으로 들어간 피난민 규모는 약 5천 명으로 꼬 나잉 목사는 추산했다.

군경이 도로 등을 막고 있어 식량을 운반하기도 쉽지 않아 식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고 전했다.



다음은 꼬 나잉 목사와의 일문일답.

-- 미얀마군과 민닷시민군간 충돌이 발생한 배경은.

▲ 민닷은 친 주에 있는 두 개 행정구역 중 하나다.

민닷시를 중심으로 주변의 많은 마을로 이뤄져 있다.

민닷시에서는 지난달 20일께부터 청년들로 만들어진 시민군과 군부 간에 전투가 있었다.

시민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하고 나서 쓰레기를 줍고, 청소하고 있는데 경찰들이 와서 시위대 지도부 6명을 잡아가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시민들이 몰려가서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자 풀어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시민군을 만들고 풀어주지 않으면 싸우겠다고 선포했다.

이후 시 입구 쪽에서 경찰차를 빼앗아 불태웠다. 교전 과정에서 경찰 2~3명이 숨졌다.

이러자 군 병력이 시 서쪽 입구와 가까운 마뚜삐라는 도시에서 트럭 7대에 나눠 타고 민닷으로 올라와 교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도 군인들이 반쯤 죽고 반쯤은 잡혔다. 그들과 협상을 벌여 잡힌 군인들과 시위대 6명을 서로 맞교환했다.

이후 일주일가량은 잠잠했다. 그러다가 군경이 시 양쪽에서 공격을 해왔다.

민닷에서 약 30km 떨어진 짜욱투라는 곳에서 대포로 민닷 지역에 공격을 해왔다.

민닷 내 골프장 주변까지 포탄이 날아들고, 시민군 진지에까지 포탄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도 시민군의 게릴라전을 이기지 못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민닷 내 274부대가 투입됐다. 헬리콥터로 병력을 수송하고, 중화기를 실어 왔다.

그리고 군경이 시 양쪽에서 중화기를 사용해 무차별로 공격하자, 시민군은 결국 시를 내주게 됐다. 당시 군경이 전투기를 이용해 폭탄을 떨어뜨렸다는 소문도 있었다.



-- 민닷 시민군 규모는 어떻게 되나. 무슨 무기로 싸우는 것인가.

▲ 피난민 지원 파트에서 일하고 있어 정확한 시민군 규모는 잘 모른다.

다만 그들은 사냥을 계속해왔던 사람들이어서 사냥용 총인 '뚜미'를 아주 잘 다룬다. 명중률이 높다.

-- 왜 유독 민닷에서 이렇게 미얀마군에 대한 저항이 심한 것인가.

▲ 민닷 주민들도 미얀마 모든 국민들처럼 군부독재를 싫어한다.

총칼로 쿠데타를 일으킨 것에 찬성하지 않기 때문에 평화적인 시위를 했는데 전혀 달라진 것은 없고 시민들을 상대로 유혈 탄압만 하니까 무기를 들고 싸우기로 한 것이다.

아마도 여기 사람들 대부분이 대대로 사냥을 해왔고, 그 사냥하는 총이 있으니 싸울 수 있는 것 같다.

-- 군경이 점령한 민닷시 상황은 어떤가.

▲ 군인들이 시를 점령한 뒤 가게를 다 부수고 들어가서 휴대폰과 옷, 돈 등을 모두 가져갔다고 한다. 은행 등 모든 업체와 행정기관은 문을 닫았다.

이러자 걸을 수 없는 장애인들 그리고 노인들만 빼고는 모두 민닷시를 떠난 상태로 보면 된다.

민닷시는 사실상 유령도시가 됐다고 보면 된다.

사람들이 떠나버리자 먹을 것을 얻지 못한 돼지, 닭, 개들이 도심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진이 돌고 있다.



-- 피난민 규모는 얼마나 되나.

▲ 민닷시 주변으로 마을이 20개 정도 흩어져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데, 민닷 지역 전체로는 5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현재 전체 피난민 숫자를 파악 중이다.

파악된 바로는 피난민이 5천 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피난민들 가운데는 교회로 피한 사람도 있고, 큰 집에서 피신 중인 사람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숲에 있는 밭에 농막을 다 가지고 있는데, 미얀마군이 무서워서 숲속 농막으로 피난 간 마을 사람들도 있다.

피난 기간이 길어지면 조만간 식량이 떨어질 수도 있다.



-- 지금 피신한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 좀 전에 말했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이다. 쿠데타로 모든 장사나 일이 중단됐다.

이곳 농민들은 와우(얌)를 재배하는데 그것을 팔 방법이 없어 막막하다.

돈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여기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 은행도 가게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쌀을 보내주셔도 각 마을로 운반하는 데 여러 가지 힘든 부분이 많다.

기존 도로는 군경의 감시 때문에 운반할 수가 없어서 우리만의 운반 루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산길이어서 비가 많이 오는 우기가 되면 운반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지금 식량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