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단체 "톈안먼 추모집회 불허 매우 실망…잘못된 일"

입력 2021-05-28 15:19
홍콩 민주단체 "톈안먼 추모집회 불허 매우 실망…잘못된 일"

부주석 초우항텅 "코로나 이유로 금지, 홍콩 상황에 안 맞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4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촛불집회를 불허한 가운데 주최 측은 "매우 실망스럽고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초우항텅(鄒幸?·36) 부주석은 28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정부는 논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초우 부주석은 "홍콩 경찰은 집회 불허 이유로 오로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내세웠는데 홍콩의 현재 코로나 상황은 실제로 상당히 약한(mild) 상태이며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들은 일하러 나가고 학교에 가고 해변에 간다. 심지어 콘서트에도 간다"면서 "그러나 시위는 안된다. 거기 어디에 논리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홍콩 정부는 전날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전날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다음달 중순 정부의 문화 시설에서 음악 축제가 열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주 "대규모 예술 공연의 재개는 홍콩이 점차 일상을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련회는 1989년 6월4일 중국 톈안먼 민주화시위가 유혈진압 된 이듬해부터 30년간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매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를 주최해왔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를 이유로 31년 만에 해당 집회를 불허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이유로 집회를 불허 했다.

전날 지련회는 경찰로부터 5월30일 가두 행진과 6월4일 촛불 집회를 불허한다는 두 가지 통지문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지련회는 경찰이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른 4인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언급하며 두 행사를 불허했다면서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초우 부주석은 "법적인 관점에서도 경찰은 공중 보건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할 권한이 없다"면서 "경찰은 권한을 넘어서는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빅토리아 파크 촛불집회는 7월 1일 홍콩 주권반환일 가두 행진과 함께 시민사회의 두 가지 최대 연례 행사"라며 "당국은 이를 중단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코로나를 핑계로 대지만 더이상 코로나를 이유로 댈 수 없을 때는 다른 이유를 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홍콩 명보는 지련회의 '일당 독재 종식' 강령이 그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위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홍콩 언론은 올해 7월 중국공산당 100주년 행사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경계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련회의 '일당 독재 종식' 강령이 홍콩보안법 위반이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중국공산당의 통치를 존중해야한다"고 에둘러 답했다.

변호사인 초우 부주석은 2017년부터 지련회의 부주석을 맡고 있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엄마의 손에 이끌려 빅토리아 파크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며 "영국 유학 시절 런던에서 누구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추모하지 않는 것을 보고 현지에서 촛불 행사를 기획하며 지련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지련회의 리척얀(李卓人·64) 주석은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2019년 2개의 불법 집회에 참가한 혐의로 지난달 14개월 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이날 또 다른 불법 집회와 관련해 징역 18개월을 추가로 선고 받았다.

전날 존 리 홍콩 보안장관은 불법 집회 참가는 물론, 불법 집회를 홍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주의해야한다고 경고했다.

홍콩에서는 불법 집회에 참가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초우 부주석은 "우리는 어디서든 촛불을 켤 것"이라며 "(촛불 집회는)지역적인 일인데, 한국에서 우리 일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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