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상대로 스마트폰 기기변경…논란되자 "취소해주겠다"

입력 2021-05-31 06:05
지적장애인 상대로 스마트폰 기기변경…논란되자 "취소해주겠다"

KT 대리점, 장애 알고도 48개월 할부판매에 위약금까지 받아내

KT "강권·기만 아닌 정상 절차…사회적 약자 배려해 요구 수용"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KT 대리점에서 혼자서 경제생활이 어려운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스마트폰 기기변경을 강권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KT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며 취소 요구를 거부했으나 취재가 시작되자 요구를 수용했다.



31일 KT와 제보자 박모씨에 따르면 최근 휴대전화 케이스를 사기 위해 서울 노원구의 KT 대리점을 찾은 박씨의 이모 A씨는 대리점 직원의 권유로 스마트폰 기기변경을 하게 됐다.

그러나 박씨는 A씨가 지적장애 3급으로 신용카드도 만들지 않는 등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없고, 이런 사실을 직원에게 말했는데도 직원이 강권 수준으로 기기변경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모는 전날 가족과 함께 주문해 놓은 케이스를 수령하기 위해 이튿날 매장을 혼자 방문했다"며 "이때 직원이 이모에게 스마트폰 교체를 권유했고, 이모가 장애인임을 밝히고 거절했는데도 직원이 손을 잡아끌면서 강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이스를 바꿀 만큼 원래 스마트폰을 문제없이 쓰고 있는 사람이 강권이 아니고서야 기기변경을 할 이유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결국 A씨는 올해 1월 구입한 휴대전화를 4개월 만에 위약금까지 27만원 이상 물어내면서 새 기기로 바꾸게 됐다. 바꾼 휴대전화는 A씨가 쓰던 것과 비슷한 가격대로 30만원이 안 되는 모델이었는데, 할부 기간은 48개월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가족이 항의하고 기기변경 취소를 요구했으나 대리점은 A씨가 정상적으로 기기변경에 동의했고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요구를 거부했다. KT 고객센터 역시 통화 품질 문제나 기기 불량이 아니라면 기기변경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박씨는 전했다.

결국 가족이 나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등에 피해를 신고하고 언론 제보에 나서자 KT는 입장을 바꿨다.

KT는 취재가 시작된 이후 A씨의 기기변경을 취소해주기로 했으며, A씨가 중고폰으로 반납해 이미 판매된 휴대전화도 동일 가격대의 기기로 다시 주기로 했다. 문제의 직원에 대한 징계 요구도 받아들이기로 약속했다.

KT 관계자는 "대리점에서는 A씨의 장애를 알았지만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고 강권이나 기만은 없었다. 변경한 기기와 요금도 원래 A씨가 쓰던 것과 동일한 가격대였다"며 "다만,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가족의 요청을 존중해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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