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조사팀·미국, 2단계 코로나 기원조사 거듭 촉구(종합)

입력 2021-05-28 11:09
수정 2021-05-28 12:24
WHO 조사팀·미국, 2단계 코로나 기원조사 거듭 촉구(종합)

조사팀 "시간 많지 않아"…'실험실 유출설'과는 거리 둬

제네바 주유엔 미국대표부 "1단계 조사 불충분하고 결론도 못내려"



(뉴욕·서울=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이재영 기자 = 미국과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재조사를 거듭 요구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주유엔 미국대표부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주관하는 2단계 코로나19 기원조사를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미국대표부는 "1단계 조사는 불충분했고 결정적이지도 못했다"라면서 "중국 내에서 조사를 포함한 시기적절하고 투명하며 증거에 기반한 전문가 주도의 2단계 조사를 요구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바이러스의 출처와 팬데믹 초기상황을 이해하는 데 관련된 완전한 원자료와 원표본에 독립된 전문가들이 전부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중국 우한(武漢)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출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가 나온 후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기원을 다시 조사하자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정보당국의 코로나19 기원 판단이 엇갈린다며 90일 내 다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공개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선임고문인 앤디 슬라빗은 25일 언론브리핑에서 WHO와 중국이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세계에 분명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 기원 현장조사를 벌인 WHO 조사팀 전문가들도 2단계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덜란드 저명 바이러스학자 마리온 코프만스는 전날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우리는 꼭 해야 할 진짜 작업을 위한 기회를 놓칠 위험에 처했다"라며 WHO 회원국들에 2단계 코로나19 기원조사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덴마크 출신 전염병학자 테아 피셔는 "지금 모든 것이 멈췄다"라면서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라고 염려했다.

그는 2단계 조사 핵심임무 하나가 우한을 비롯한 중국 내 혈액은행에 보관된 혈액샘플을 대상으로 한 항체검사인데 이 샘플들은 2년 뒤 폐기처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사팀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재점화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 의혹에는 아직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피터 다스작은 팟캐스트 방송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실험실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라고 지적하면서 "지금 그 증거는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이며 대대적인 감사를 시작할 만큼 합리적인 근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프만스는 미국 측에 실험실 유출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미국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피셔는 실험실 유출을 시사하는 새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2단계 조사는 주요가설인 '동물-인간 전염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는 두 갈래로 분리돼야 한다"라면서 "실험실 (유출) 가설에 관한 증거를 가진 사람들이 그쪽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 쪽으로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4일부터 WHO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 연례회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2단계 조사와 관련한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유럽연합(EU) 등은 실험실 유출설을 포함해 모든 주요가설에 대한 심층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맞서는 중국은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연구는 끝났다면서 조사의 초점을 다른 나라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WHO 조사팀에 따르면 WHO 회원국 다수가 2단계 조사에 동의한다고 한다.

조사팀은 지난 3월 중국 전문가들과 함께 낸 보고서에서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실험실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평가했다.

전반적인 추가조사 필요성을 밝히면서도 실험실 유출과 관련해선 더 조사가 필요 없다고 하기도 했다.

다만 조사팀은 중국의 비협조 등 때문에 원자료에 충분히 접근하지 못했다면서 이 탓에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결론을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중국은 실험실 유출이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이 이미 났다고 주장한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전문가들은 중국 실험실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것이 바로 과학적인 결론"이라며 "미국 일부 인사들이 감염병 상황을 중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과학을 존중하지 않고 인민의 생명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미국주재 중국대사관은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실험실 유출설을 '낡은 음모론'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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