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블라디] '극동의 수도' 옛 명성 회복 꿈꾸는 하바롭스크
31일은 하바롭스크시 창설 163주년 "블라디보스토크의 경쟁자"
지방정부 "한국 기업의 관심 희망…남·북·러 3각 협력 가능"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극동 교통의 요충지·중화학 중심지'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주(州)는 우리에게 낯선 땅이다. 면적은 한국의 7.9배 크기(78만8천600㎢)로 광활하지만, 인구 규모는 130만 명을 조금 웃돈다.
오는 31일 하바롭스크주의 주도인 하바롭스크시(市)가 도시 설립 163주년을 맞는다.
1900년대 초 러시아의 최고액권인 5천 루블 지폐에 등장하는 아무르 대교와 시베리아횡단철도가 건설되면서 러 극동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독립운동가 성재 이동휘(1873∼1935) 선생이 중심이 된 한인사회당이 탄생한 지역으로 한국과의 역사적 인연이 깊다.
국내 기업이 진출해 도심에 최신식 아파트를 건설하는 등 경제적 협력도 활발하다.
하바롭스크주는 철도와 자동차, 항공기가 모이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러 극동의 교통 요충지로 성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군수 및 중화학 공업이 발달했다.
외국기업 유치,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추진하는 하바롭스크주 지방정부의 마리야 아빌로바 제1부지사는 연합뉴스에 "하바롭스크주는 러시아 극동 산업 발전의 대표 주자"라고 지역을 홍보했다.
그는 "하바롭스크가 높은 자원 잠재력과 발전된 운송 인프라, 서비스 부문으로 유명하다"면서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특히 양국 중소기업 간의 통상협력 증진에 관심을 나타냈다.
또 하바롭스크주 내 선도개발구역(ASEZ) 3곳은 구역마다 특색을 지니고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손색이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하바롭스크시(산업생산·금속공업·농업), 콤소몰스크시(조선업·항공제조업·목재 가공업), 니콜라옙스크시(어업·수산 교통)에 특화돼있다고 역설했다.
선도개발구역 입주자들에게는 법인세 면제 및 기반시설 설치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아빌로바 제1부지사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든지 한국 관광객들을 위한 새로운 관광코스를 소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관광 산업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남·북·러 3국이 참여하는 공동사업 추진과 관련해 아빌로바 제1부지사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자원(땅)을 제공하고 한국은 자본(기술)을 제공하며 북한은 인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력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현재 북한 인력의 사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의해 금지돼 있다면서 "러시아 정부는 결의를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 '화성-15형' 발사에 대한 응징으로 해외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말까지 모두 송환시키도록 규정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한 바 있다.
아빌로바 제1부지사는 구체적인 협력의 실행은 결의가 취소된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하바롭스크주는 최근 몇 년 사이 연해주(州)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극동의 지역 균형이 연해주 쪽으로 조금씩 옮겨가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극동연방 관구의 행정수도 변화다.
하바롭스크주 주도인 하바롭스크시(市)는 2000년부터 극동연방관구의 행정수도였다.
하지만 2018년 12월 이 타이틀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시에 내줬다.
이대로 가다가는 극동의 주변 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절박함 탓에 하바롭스크 지역 내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미하일 데그탸료프(40) 하바롭스크 주지사 권한대행이 최근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분위기를 쉽게 엿볼 수 있다.
지난 27일 데그타료프 주지사 권한대행은 타스 통신에 "블라디보스토크는 극동에서 하바롭스크의 유일한 경쟁자"라고 평가했다.
데그타료프 권한대행은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매년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극동 내 다른 지역에서 개최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지역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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