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깎고 사촌돕다가…이-팔 전쟁놀음에 희생된 66명 어린이들
뉴욕타임스, 희생된 어린이들 생전사진과 사연 자세히 소개
가자지구 15세,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 평균 네 차례 겪어…"전쟁은 일상"
딸 잃은 아빠 "불신에 빠져…딸 죽음이 신의 뜻이기를"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과학을 좋아하던 팔레스타인 소년 마무드 톨베(12)는 엔지니어가 꿈이었다.
가족을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거나 계란을 삶고 차를 끓이고 청소하는 등 집안일도 도맡아 하던 착한 소년 톨베는 이발소에서 일하는 사촌을 도우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이스라엘군이 투하한 폭탄 파편이 목과 머리 부분을 치면서 그는 사촌이 일하는 이발소 입구에서 쓰러졌고 이틀 뒤 숨졌다.
아빠인 하메드 톨베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미래가 창창한 아이였는데 꿈과 함께 묻혀버렸다"고 애통해했다.
하메다 알-에무르(13)와 그의 사촌 아마르(10)도 지난 12일 머리를 깎으러 갔다 오던 길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라마단이 끝날 때 머리를 깎으며 축제를 기다리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NYT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장 충돌로 숨진 어린이 66명 중에는 형제나 사촌이 한꺼번에 숨진 경우도 적지 않다. 2~7세의 타나니 4형제, 2~11세의 알-마스리 사촌 4형제는 사이 좋게 넷이서 함께 있다가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죽었다.
이들의 한 가족은 "우리 가족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NYT는 26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서 이-팔 간 11일간의 무력 충돌에서 숨진 어린이들 66명의 생전 사진과 나이, 사연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가자지구 자발리야의 택시기사 사드 아살리야 씨는 이번에 열 살 짜리 딸을 잃었다면서 "나는 불신에 빠져있다. 딸이 간 것은 신의 뜻이라고 되뇌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한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인구의 절반이 18세 미만일 정도로 이 지역의 평균연령은 낮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전투기와 드론을 띄워 주택가를 폭격할 때 어린이들이 죽거나 다칠 확률은 매우 높다. 어떤 경우에는 떨어진 폭탄 한 발에 일가족 전체가 몰살되기도 한다.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은 높은 실업률 속에 가난과 열악한 환경,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통제로 좁은 지역에 갇혀 사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전쟁이다.
이 지역의 15세 생존 청소년이라면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을 평균 네 차례 겪었을 만큼 전쟁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실제 얼마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이 한창일 당시 SNS에는 로켓포가 바로 옆에서 떨어지는데도 마치 일상이라는 듯 아랑곳 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어린이 사망자 대부분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죽었지만, 최소 두 명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발사한 로켓이 잘못 떨어져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에서 숨진 청소년 중 한 명은 팔레스타인인이다. 이스라엘 중부 다마시의 아랍인 마을에 사이렌이 울렸을 때 16세 소녀 나딘 아와드는 집 밖으로 뛰어 나갔다가 로켓이 터지면서 아빠와 함께 숨졌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했던 나딘은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존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평화를 꿈꿨지만 결국 전쟁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나딘의 삼촌 이스마일 아라파는 "로켓은 아랍인과 유대인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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