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케이블카 참사 '인재'였다…"운행 당시 안전장치 풀려"(종합)

입력 2021-05-27 04:00
수정 2021-05-27 08:52
이탈리아 케이블카 참사 '인재'였다…"운행 당시 안전장치 풀려"(종합)

검찰, 운영 책임자 등 3명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

유일 생존 5세 아이 상태 안정…수술후 회복 빨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탈리아 케이블카 추락 사고가 운영업체 측의 치명적인 실수에 따른 '인재'(人災)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다.

사고 원인을 수사하는 이탈리아 검찰은 26일(현지시간) 케이블카 정비 및 운영 책임자 3명을 과실치사 등 혐의로 체포했다고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케이블카의 갑작스러운 정지를 막고자 필수 안전장치인 비상 브레이크를 해제해놓고 운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와이어 파열 등과 같은 비상시에만 작동하게 돼 있는 제동장치가 기계적 결함으로 평상시에도 수시로 걸려 운행에 방해가 되자 죔쇠를 걸어 아예 고정해놨다는 것이다.



사고 케이블카는 목적지를 100m도 채 남겨두지 않은 지점에서 주 와이어 파열로 인해 고속으로 후진하기 시작했고 결국 보조 와이어에서도 이탈해 추락했다. 후진 당시 속도가 최대 시속 100㎞에 달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주 와이어가 끊어진 뒤 정상적으로 비상 브레이크가 작동했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사고 당시 반대편에서 하강하던 케이블카는 비상 브레이크 작동으로 운행을 멈췄다.

수사 책임자인 올림피아 보시 검사는 "와이어가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아래 케이블카 운행에 방해가 되는 비상 브레이크를 비활성화시켜놨고, 이는 결국 참변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해당 케이블카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 완화에 따라 최근 운행을 재개한 이래 어느 시점부터 줄곧 이처럼 안전 브레이크가 풀려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사고의 1차 원인인 주 와이어 파열 배경도 계속 수사 중이다.

지난 23일 발생한 이 사고로 탑승객 15명 가운데 14명이 숨지고 5세 어린이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유일하게 생존했으나 다리 등에 다발성 골절상을 입은 어린이는 5시간에 걸친 뼈 접합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이날 중환자실 입원 후 처음으로 눈을 뜨는 등 조금씩 의식을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국적인 이 아이는 이번 사고로 부모와 2세 남동생을 한꺼번에 잃었다.

문제가 된 케이블카는 이탈리아 북부 관광 명소인 마조레 호수를 낀 스트레사 시내에서 해발고도 1천491m의 마토로네산 정상 사이를 운행한다.

마조레 호수 주변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평소에도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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