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여객기 강제착륙 고리로 러 우방 벨라루스 압박(종합)
바이든 "제재 논의 진행중"…트뤼도 "추가 조치 검토"
벨라루스는 주캐나다 대사관 폐쇄…서방국과 대립 격화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옛 소련국가 벨라루스가 아일랜드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사건과 관련해 미국과 캐나다가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광범위한 제재 부과를 결의한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 캐나다도 가세하면서 나서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서방이 러시아의 우방 벨라루스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여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논의가 "진행중이다"라면서 다만 결정이 완료될 때까지 발표 시점 등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도 여객기 강제 착륙 사건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벨라루스 제재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내놓은 성명에서 "미국은 가장 강력한 용어로 이번 사태를 규탄한다"라며 "EU의 제재 결정을 환영하며 미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방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25일 기자들에게 "벨라루스 정권의 행동은 너무 충격적이고 불법적이며 전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민항기에 대해 이런 식으로 위험하게 개입하는 것을 규탄한다"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벨라루스를 제재 중이고 추가할 수 있는 조처가 더 있는지 검토해볼 것"이라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국제기관을 통한 조치도 지지한다"라고 덧붙였다.
캐나다는 지난해 8월 벨라루스 대선 부정을 이유로 현재 벨라루스의 관리 55명을 제재 중이다.
이와 별도로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주재 벨라루스 대사관은 9월1일부터 대사관을 폐쇄하겠다는 성명을 이날 발표했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대사관은 성명에서 "벨라루스 정부는 캐나다 주재 벨라루스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했다. 2021년 9월 1일부로 주캐나다 벨라루스 대사관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영사 업무도 7월 10일부로 중단되며 그 이후에는 뉴욕에 있는 영사관이 기능을 대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사관은 성명에서 대사관 폐쇄를 결정한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전날 있었던 벨라루스와 라트비아 간 상호 외교관 맞추방 사건 하루 만에 벨라루스가 캐나다 대사관 폐쇄 발표를 했다고 스푸트니크는 전했다.
이와 관련, 예프게니 루사크 대사 대행은 로이터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결정은 현재의 양자 접촉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을 분석해서 나온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23일 전투기까지 동원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강제로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공항에 착륙시킨 뒤 이 비행기에 타고 있던 반체제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했다.
이에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임시 정상회의를 열어 벨라루스 여객기의 역내 비행 금지를 포함한 광범위한 제재를 결의했다.
러시아와 돈독한 관계인 벨라루스는 지난해 루카셴코 대통령의 다섯번째 연임을 가능케 한 대선 부정 의혹 사건 당시에도 미국, EU 등 서방국과 극렬 대치하면서 러시아와 서방국 간 대리전 같은 양상을 드러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방이 벨라루스의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대선 불복 운동에 나선 자국 내 야권 세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서방이 벨라루스 사태에 개입해 우크라이나식의 친서방 정권 교체 혁명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y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