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스라엘 군사·외교 자립 행보…미국 의존 축소" 진단

입력 2021-05-25 11:13
NYT "이스라엘 군사·외교 자립 행보…미국 의존 축소" 진단

"많은 이스라엘인, 평화협상에 흥미 잃어"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중동의 대표적 친미국가로 통해온 이스라엘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안보 전문가들과 정치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했을지 모른다며 이스라엘의 미국에 대한 전통적인 의존이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한 뒤 팔레스타인 문제 등으로 적대적인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였고 이스라엘의 생존에는 강대국 미국의 외교·군사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외교·경제·군사적으로 발전하면서 미국에 기댈 필요성이 줄었고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도 축소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정치학과 교수는 "우리는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훨씬 더 자립적인 모습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이스라엘 경제가 그동안 호황을 보인 덕분에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스라엘 경제에서 미국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1년에 거의 10%나 됐지만 지난해 이 규모는 약 40억 달러(약 4조5천억원)로 1%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연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를 넘고 정보기술(IT) 분야의 강국으로 꼽힌다.

또 이스라엘은 더는 주변국들로부터 안보를 지키는데 미국의 보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NYT는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과거 무기를 미국에 크게 의존했지만 지금은 안보에 필수적인 무기를 국내에서 많이 생산한다.

예컨대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스라엘산 아이언돔 방공미사일은 최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로 쏜 로켓포의 약 90%를 공중에서 요격했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 군사 무기의 자립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 수위가 과거보다 약한 점도 이스라엘이 미국을 덜 의식하게 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NYT는 이스라엘 지도자와 유권자들은 지금 팔레스타인 분쟁을 견딜만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많은 이스라엘인이 미국 정부를 통한 평화협상에도 흥미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2000년 팔레스타인의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민중 봉기)가 발생한 뒤 이스라엘 내 식당과 버스 등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폭탄 테러로 사망자가 대규모로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높은 장벽으로 봉쇄하고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감시를 한층 강화했기 때문에 테러 위험이 낮아졌다.

이스라엘 경찰과 군인들이 배치된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한 폭력이 크게 줄었고 그 수위도 약해졌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도 분리장벽과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이스라엘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최근 열흘 동안 충돌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약 248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스라엘 사망자는 13명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의 5% 수준이다.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문제가 과거보다 덜 중요해진 만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중재하는 평화협상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것이다.

아울러 NYT는 이스라엘이 그동안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서 외교관계를 구축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이스라엘은 국경을 맞댄 이슬람 국가 요르단, 이집트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아랍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정책 등을 이유로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외교관계 다변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외교적 의존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정치 분석가 달리아 셰인들린은 이스라엘인들이 더는 미국 정치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과거 유대인 정착촌 문제 등으로 이스라엘을 규탄하면서 양국관계가 상당히 경색됐었다.

이와 달리 미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등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폈다.

미국에서는 올해 1월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바이든 대통령 역시 팔레스타인을 겨냥한 이스라엘군 공습을 옹호하는 등 친이스라엘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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