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家 장녀가 아버지 신체감정 병원 변경 요청한 이유는

입력 2021-05-25 06:11
한국타이어家 장녀가 아버지 신체감정 병원 변경 요청한 이유는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한국타이어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아버지 조양래 회장을 상대로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 회장의 신체 감정기관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업계와 법원 등에 따르면 조 이사장은 전날 법원에 감정기관으로 지정된 국립정신건강센터를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해달라는 내용의 감정기관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법원은 이달 17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신체 감정 촉탁 의뢰서를 보낸 상태다.

조 이사장 측은 "성년후견 심판 청구는 법리적 판단에 앞서 의학적 판단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진료기록만으로 감정을 하거나 단순 외래 진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밀 입원 감정을 통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변경 신청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병원은 조 회장이 치매(경도인지장애) 관련 초기 진료를 받았던 곳이고, 분당서울대병원은 그동안 서울대병원의 의무기록을 확인할 수 있고 국내 최고의 치매 전문가와 시설을 갖추고 있어 정밀 검사가 가능한 곳"이라며 "객관적이고 정밀한 검사를 위해 변경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1일 조 회장은 가정법원에서 비공개로 열린 첫 심문에 직접 출석해 조력 없이 스스로 걸음을 옮기고 법정 밖 복도까지 답변이 새어 나올 정도로 대답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날 심문에서는 간단한 본인 심문 후 의료 감정에 대한 향후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이사장이 감정기관 변경 신청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법원은 조만간 병원 변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 회장이 신체 감정을 피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다만 병원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신체 감정을 회피할 경우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을 시인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 조 회장이 신체 감정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통상 병원의 신체 조사가 이뤄지면 법원은 필요한 경우 심문을 재개해 다시 심문기일을 지정할 수도 있고, 심문 종결 후 추가적인 소명자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 심문이 종결되면 법원은 일정 기간 내에 후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짧게는 3∼4개월의 시간이 걸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일정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늦어도 올해 안에는 1차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 이사장은 앞서 지난해 6월 조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를 매각하자 "아버지가 내린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내려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같은해 7월 30일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조 사장은 조 회장 몫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지분이 42.9%로 늘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가 됐다. 큰아들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 조 이사장(0.83%), 조희원씨(10.82%) 지분을 합해도 30.97%로, 조 사장과는 차이가 크게 난다.

만약 재판부가 성년후견을 받아들이면 조 사장이 아버지로부터 확보한 지분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어 한국타이어가의 경영권 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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