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폭격에 40년간 모은 책 10만권 잿더미로"

입력 2021-05-24 15:48
수정 2021-05-24 20:05
"가자지구 폭격에 40년간 모은 책 10만권 잿더미로"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사미르 알만수르 씨는 10대였던 1980년대부터 아버지의 서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00년 서점을 물려받은 그는 출판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수십 년간 봉쇄된 가자 지구에서 그의 서점은 교과서부터 쿠란(이슬람 경전), 유럽 문학의 아랍어 번역본까지 책의 보고였다.

가자 지구에서 가장 많은 영어 문학 서적을 보유한 곳이기도 했다.

지난 18일 오전 5시. 집에서 TV를 보던 만수르씨는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이 시작될 예정이며, 그의 서점이 들어선 빌딩 역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만수르씨는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건물 200m 밖에서 그의 일생의 노력이 전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로 잿더미가 되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그는 23일(현지시간) 담배를 물고 콘크리트 잔해를 응시하면서 AFP통신에 "40년간의 내 삶이 불과 1초도 안 돼 지워졌다. 10만권의 책이 돌무더기 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무장 정파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이는 문화에 대한 공격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잔해 밑에는 종교 서적, 어린이 그림책,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사본까지 고스란히 묻혔다.

50대인 만수르씨는 평생 두 번의 팔레스타인 저항운동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대규모 무력 충돌을 세차례 겪었다.

그는 "여러 차례 전쟁에도 내 서점이 파괴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시인이자 2014년 에드워드 사이드 도서관을 설립한 모사브 아부 토하는 이번 서점 폭격으로 "가자지구는 주요 문화 자원 중 하나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만수르씨가 단순히 서점만이 아니라 가자지구의 문인을 위한 출판사까지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수르씨의 서점과 출판사는) 문학을 통해 가자지구를 둘러싼 포위를 뚫는 방법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FP 통신은 만수르씨의 서점은 이번 무력 충돌 속에 파괴된 여러 서점과 문구점 중 한 곳이라고 전했다.

앞서 7일 라마단(이슬람의 금식성월) 예배 중이던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을 이스라엘 경찰에 진입했다.

이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가 10일 로켓포로 공격했고, 이스라엘군이 맹렬한 폭격과 포격으로 응수하면서 양측에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어린이 66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248명이 목숨을 잃었고, 1천900명이 다쳤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이 밝혔다.

하마스가 쏜 로켓포에 이스라엘에서는 어린이 1명을 포함해 12명이 사망했고, 357명이 부상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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