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당국, 야권 인사 체포위해 외국 여객기 강제착륙
"지난해 대선부정 항의 시위 선동 언론인 체포"…전투기까지 출격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해 대선 부정으로 인한 정치 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23일(현지시간) 해외에 머물던 야권 인사가 전격 체포됐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이동 중이던 외국 항공사 소속 여객기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키기까지 했다. 이를 위해 벨라루스 전투기까지 동원됐다.
타스·AFP 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높은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전(前) 편집장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가 민스크 공항에서 보안당국에 체포됐다고 넥스타 측이 밝혔다.
프라타세비치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타고 여행하던 중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로 여객기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넥스타 측은 "여객기 점검 결과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모든 승객은 보안 검색을 받았다"면서 "프라타셰비치는 체포됐다"고 전했다.
친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풀 페르보보'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여객기 비상착륙을 지시했으며, 여객기 호송을 위해 미그(MiG)-29 전투기를 출격시키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에 거주하고 있는 프라타세비치는 지난해 벨라루스에서 격렬하게 벌어졌던 대선 부정 항의 시위를 부추기고 반정부 선동을 주도한 혐의로 벨라루스 당국의 '테러활동 가담자' 목록에 올라있다.
대선 부정 항의 시위 당시 야권의 소통 플랫폼으로 이용된 넥스타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됐다.
벨라루스 검찰은 지난해 11월 폴란드 법무부에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해 인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경쟁했다가 대선 후 신변 안전 위협으로 이웃 리투아니아로 망명해 있는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보안기관이 여객기를 납치하는 작전을 편 것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해 8월 대선에서 30년 가까이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몇 개월 동안 이어졌다.
올해 들어 야권 저항 시위는 상당히 수그러들었으나 완전히 멈추진 않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난해 대선 이후 공식 취임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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