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산악마라톤 강행 참사…폭우·강풍에 기온 급강하 21명 사망(종합3보)

입력 2021-05-23 16:35
수정 2021-05-23 18:32
중 산악마라톤 강행 참사…폭우·강풍에 기온 급강하 21명 사망(종합3보)

간쑤성 100㎞ 대회에 172명 참가…저체온증에 속수무책

"얼굴 아플 정도로 빗줄기 때려…경기 일찍 중단시켰어야"



(베이징·서울=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노재현 기자 = 악천후에서 강행된 중국 서북부의 산악마라톤대회에서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중국 CCTV 등은 23일 서북부 간쑤(甘肅)성에서 전날 열린 100㎞ 산악마라톤 크로스컨트리 경주 대회 도중 거센 비바람을 만나 참가자 21명이 사망했다고 구조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라톤 참가자 172명 가운데 151명이 구조됐는데 이 중 8명은 경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산악 마라톤은 간쑤성 바이인(白銀)시 징타이현의 황허스린(黃河石林) 지질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22일 오후 1시께 고지대의 20∼31㎞ 구간에서 날씨가 돌변했다. 우박과 함께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마저 몰아쳐 가뜩이나 고산 지대의 낮은 기온은 급강하했고 많은 참가자가 신체상의 불편과 저체온증을 겪었다.



참가자 마오수즈는 "강한 비바람 때문에 중간에 경기를 포기했는데 당시에는 너무 후회됐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살아 돌아온 것이 다행이었다"고 훙싱(紅星)뉴스에 말했다.

그는 22일 오전 11시 전후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곧 그칠 것이라는 다른 참가자의 예상과 달리 굵어진 빗줄기가 얼굴을 아플 정도로 때려 결국 기권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코스의 난도가 높지 않은 편이었고 완주하면 1천600 위안(약 28만원)의 현금을 격려금으로 받을 수 있어 참가한 사람이 비교적 많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른 참가자 장샤오타오는 저체온증으로 2시간 넘게 의식을 잃었다가 주민의 도움으로 살아났다며, 함께 참가한 친구는 숨졌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고 중국 매체 펑파이에 밝혔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대회 참가자들이 함께 몸을 밀착시켜 체온을 유지하는 사진 등이 올라왔다.

이번 참사는 악천후 예보에도 대회를 강행한데다 실제로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는데도 신속하게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신문망은 간쑤성 기상국이 지난 21일 중요 일기예보를 통해 "21∼22일 간쑤성에 강풍과 강우, 온도 하강이 예상된다"면서 폭우와 우박, 천둥번개, 강풍 등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간쑤성 기상국은 날씨가 급변하기 1시간 전에 기온 하강과 강풍을 예보하기도 했다.

참가자 마오수즈는 주최 측이 경기를 빨리 중단시켰다면 이번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는 도중에 뒤늦게 중단됐다.

그는 산악 구간이라 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구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인명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꼽았다.

바이인시 시장은 주최 측으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간쑤성은 조사팀을 꾸려 이번 사건의 원인을 심층 조사하고 있다.

황허스린 지질공원은 이날부터 당분간 폐쇄됐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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