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대학 때 親팔레스타인 활동 직원 해고해 논란

입력 2021-05-22 11:27
수정 2021-05-22 11:53
AP통신, 대학 때 親팔레스타인 활동 직원 해고해 논란

'SNS에 의견표명 사규 위반' 이유 댔지만 구체적 설명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세계 최대 통신사 AP통신이 대학생 때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활동을 했던 직원을 해고해 논란이라고 AP를 비롯한 미 언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P는 미국 서부지사 뉴스보조원 에밀리 와일더(22)를 채용 약 2주만인 지난 19일 해고했다.

와일더가 직원이 된 뒤 소셜미디어 관련 사규를 위반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만 AP는 와일더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떤 글을 남겨 사규를 어겼는지 공개하지 않았고 그에게 고지하지도 않았다.

와일더도 자신이 SNS에 편견을 명확히 드러냈다고 들었을 뿐 정확히 어떤 게시물이 사규에 어긋났는지는 통지받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AP는 직원이 정치 사안을 비롯해 공공문제를 두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금지한다. 객관적이라는 평판을 훼손할 수 있고 세계 각지에서 취재하는 소속 기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AP 대변인은 "한 사람의 발언이 사안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지 않도록 (공개 의견표명을 금지하는) 사규를 뒀다"라면서 "모든 기자는 사안을 공평하고 믿을 수 있게 보도하는 우리의 능력을 보호할 책임이 있기에 공론장에서 한쪽 편을 들 수 없다"라고 말했다.

AP 보도에 따르면 에밀리는 입사 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분쟁과 관련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동정을 보이는 트위터 트윗을 몇 차례 공유했다.

지난 16일엔 트위터에 "기사에 통상 사용하는 단어에 '암묵적인 주장'이 들어있을 때 객관성이란 말은 변덕스럽게 느껴진다"라면서 "이스라엘과 전쟁이란 단어는 사용하되 팔레스타인과 '군사작전 및 점령'이라는 말은 절대 쓰지 않는 것은 정치적 선택"이라고 남겼다.

일각에서는 와일더의 대학생 때 활동을 보수 성향 단체와 매체에서 문제 삼고 이를 가지고 AP까지 비난한 것이 해고 사유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유대인인 와일더는 스탠퍼드대에 다닐 때 팔레스타인인 권익을 옹호하는 유대인 단체에서 활동했다.

최근 스탠퍼드대 공화당원 모임은 트위터에 와일더가 2019년 교지에 팔레스타인에 비판적인 우파 논객 벤 샤피로를 '더러운 놈'이라고 지칭하며 비판하는 글을 실었던 점을 거론하며 그를 '반(反)이스라엘 운동가'로 규정했다.

또 보수 매체 '워싱턴프리비컨'은 18일 "AP가 반이스라엘 활동가를 채용했다"라고 기사를 내보냈다.

이 매체는 "AP가 하마스와 사무공간을 공유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AP의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됐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15일 AP 등 언론사가 입주한 가자지구 잘라타워를 폭격해 무너뜨린 뒤 해당 건물에 하마스와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의 사무실이 있었다고 주장한 점을 언급한 것이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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