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맞을 사람"…코로나 백신 빼돌린 인니 의사들 '쇠고랑'
무료접종 원칙 백신을 1회 2만원 받고 1천85명에 접종 덜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무료로 순번대로 접종해야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빼돌려 1천여명에게 돈을 받고 접종한 의사와 공무원이 체포됐다.
22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북수마트라 경찰청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메단의 교도소 담당 의사와 보건소 의사, 백신 공급 담당 공무원, 모집책 등 4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부동산업자인 S씨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한 코로나 백신 접종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1회 25만 루피아(2만원)를 내고 백신을 맞을 사람을 모집했다.
S씨가 모집해온 유료 접종 희망자를 대상으로 구치소와 보건소 담당 의사 등 2명은 본래 수감자와 공무원들에게 할당된 백신을 빼돌려 접종했다.
구치소와 보건소에 백신 공급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15차례에 걸쳐 1천85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2억7천100만 루피아(2천10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금 가운데 3천250만 루피아(255만원)는 모집책 S씨가 챙겼고, 나머지는 의사들과 공무원이 나눠 가졌다.
경찰은 제보를 받고 수사를 벌여 이들을 부패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모집책 S씨는 "처음에는 친구들이 백신을 맞게 해달라고 해서 돈을 모아주길래 의사와 연결해줬는데, 이렇게 일이 커졌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구의 70%인 1억8천155만명에게 무료 접종하기로 하고 1월 중순부터 보건의료인을 최우선 접종했다.
2월 17일부터는 2단계로 60세 이상, 공무원·공공근로자, 교사, 종교인, 시장 상인, 교통 부문 종사자 등을 접종 대상으로 삼았다.
이어 이달 19일부터 자카르타 수도권은 18∼59세 일반인을 대상으로 3단계 접종을 시작했다.
보건 당국은 정부 접종프로그램과 병행해 이달 18일부터 민간기업의 '고똥 로용'(gotong royong·상부상조) 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은 정부로부터 시노팜 백신 등을 회사 예산으로 구매해 직원과 가족에게 '무료'로 맞춰야 한다.
보건 당국은 일부 회사가 직원에게 접종 비용을 분담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직원이 부담하거나, 월급에서 공제해서는 안 된다. 즉시 신고해 달라"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백신 1차 접종자는 전날 기준 1천436만명, 2차 접종자는 953만6천명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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