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샵 아프리카] "동아프리카 떨어져 나와 아시아로 이동"

입력 2021-05-22 08:00
[샵샵 아프리카] "동아프리카 떨어져 나와 아시아로 이동"

남아공 한국대사관 세미나서 '중국발 경제통합 판구조론' 눈길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대륙 동부가 떨어져 나가 서남아시아 쪽으로 붙는 중국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세계 경제의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동아프리카가 바다 건너 서남아시아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일종의 '경제적 판구조론'이라고 할 만한 주장이 제기됐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약 5천500만 년 전 인도판이 아프리카 남부와 남극대륙 부근에서 떨어져 나와 유라시아대륙과 결합한 것처럼, 이제 경제적 측면에서 동아프리카도 대륙서 분리해 아시아 방향으로 붙는다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회계로펌 딜로이트의 이머징마켓 및 아프리카 담당 상무인 마르틴 데이비스 박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주남아공 한국대사관이 현지 주재원들과 교민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 근교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제1차 기업역량강화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연세 국제학대학원에서 수학한 데이비스 박사는 그 근거로 외국인 직접투자(FDI), 교역 등에서 동아프리카 지역이 걸프 국가 등 서아시아와 인도 등 남아시아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제시했다.

또 노동력도 동아프리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카타르 도하, 인도 뭄바이까지 흘러간다고 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9일 1조 원대를 아프리카 코로나19 극복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최근 수년간 걸프국가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그러나 그 실질적 배경에는 중국발 아시아 영향력 증대가 자리하고 있다고 데이비스 박사는 분석했다.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이 걸프국가의 석유를 수입하고 그 페트로머니(원유 대금)로 걸프국가가 아프리카를 끌어들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2008년 이후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전략 거점국인 에티오피아에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전력, 철도, 도로 등 인프라를 대거 확대했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정부청사 건립까지 중국이 지원했다.



데이비스 박사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2009년에 비해 2배로 성장했다"라면서 자원집약형인 중국의 성장 덕분에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형성되고 자원 공급원인 아프리카도 그에 연동해 성장하는 사이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출범했지만, 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의 인적 교류가 별로 없고 북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 사이도 교류가 별로 없는 상황에다가 각국의 협정 이행 능력도 의문시된다면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입장을 개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중국에서 끌어당기는 힘과 수요에 따른 아시아와 동아프리카 간 통합이 오히려 더 적실하다고 말했다.

자신도 개인적으로 아내가 인도계 무슬림 남아공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남아공에는 남동부 항구도시 더반 등을 중심으로 여러 인도계 디아스포라가 형성돼 있다.

데이비스 박사는 비즈니스에 있어선 무엇보다 사람들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면서 화교들이 동남아에서 활동하면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갖는 막대한 영향력과 관련, 남아공 경제정책의 중심도 사실상 행정수도 프리토리아가 아닌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다고까지 말했다. 남아공 수출의 60%는 광물 등 원자재가 차지한다.



이어 남아공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 수준까지 회복하려면 2024년이나 돼야 할 것이라면서 당면한 구조적 개혁을 달성하지 않는 한 개발도상국으로서 이례적인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인의 자발적 '금 모으기' 등으로 상징되는 자본 확충과 구조조정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 오전 30여명의 주재원, 한인회 및 한상 관계자 등이 참석한 세미나는 조금 쌀쌀할 수 있는 늦가을 날씨 속에도 환기를 위해 창문을 간혹 열면서 진행됐다.

대사관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미나 장소도 시내에 위치한 번잡한 호텔이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인 '인류의 요람'(Cradle of Humankind) 주변의 비교적 한적한 곳에 잡았다. 점심 식사도 실외가 바로 보이는 공간의 데크 위에서 진행됐다.

남아공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3천명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임박한 겨울을 맞아 3차 감염 위기에 직면해 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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