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가상화폐…머스크 충격파 속 미·중 압박 설상가상

입력 2021-05-21 17:45
수정 2021-05-21 18:04
흔들리는 가상화폐…머스크 충격파 속 미·중 압박 설상가상

미, 가상화폐 거래 단속 강화…중, '채굴' 금지 움직임마저

머스크發 시장 혼란 여전…최근 10일 새 시장가치 30% 폭락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세계적으로 열기가 뜨거웠던 가상화폐 시장이 잇단 악재를 맞아 급랭 상태다.

최근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던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발(發) 충격파 속에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됐다.

CNBC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20일(현지시간) 1만달러(약 1천100만원) 이상의 가상화폐 거래를 반드시 국세청(IRS)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가상화폐는 탈세를 포함한 광범위한 불법행위를 가능하게 해 이미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며 가상화폐와 가상자산 거래소, 가상화폐를 허용하는 결제서비스 계좌를 국세청 신고 시스템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몇 달 전부터 미국의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규제 당국이 가상화폐 시장에 적극적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갈수록 계속 커지고 개인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맞물려 미국 국세청은 직원을 대폭 보강할 예정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국세청이 앞으로 10년간 직원을 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은행들이 국세청에 더 많은 정보를 보고하게 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강화된 규제를 따르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재무부의 이런 계획은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 및 복지 재원을 위해 세금 징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일자리 계획'으로 명명된 2조2천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과 '미국 가족 계획'이라는 이름의 1조8천억 달러 규모의 복지 법안의 의회 통과를 추진 중이다.

미국 재무부의 발표가 나오자 이날 오전 9% 이상 올랐던 비트코인은 상승 폭을 대폭 반납하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안 그래도 가상화폐 시장은 중국의 단속 강화로 이미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중국은행업협회, 중국인터넷금융협회, 중국지불청산협회 등 중국 내 3개 기관은 지난 18일 국민의 재산을 위협하고 투기 현상이 재연된다며 가상화폐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가격의 폭등과 폭락 현상이 나타난 데 따른 조처였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 정부는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채굴'까지 금지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중국 북부 네이멍구자치구는 지난 18일부터 가상화폐 채굴장에 대한 신고망 운영에 들어갔다.

중국은 자금세탁 등의 우려로 민간의 가상화폐 신규 발행과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75%가 중국에서 이뤄졌다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여기에 머스크는 계속 가상화폐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머스크는 20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도지코인과 관련한 이미지와 글을 올리면서 한때 도지코인 가격의 15%가량 급등을 불렀다.

머스크가 '사이버 바이킹'(Cyber Viking)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흐릿한 1달러 지폐 이미지를 트위터에 갑자기 올리자, 머스크 추종자들 사이에서는 도지코인 가격이 1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머스크는 올해 3월 트위터에 "지금부터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다"고 밝혔다가 지난주에는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다고 선언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로 투자자들의 강한 불만을 초래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상화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화폐 관련 업체 '마그네틱'의 임원인 윌리엄 퀴글리는 19일 CNN 방송에서 가상화폐가 아직 상대적으로 새로운 자산이라며 전통적 투자보다 훨씬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의 시장 가치는 지난 12일 이후 열흘 만에 30%가량 떨어졌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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