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수교국들 "세계보건총회 초청해야"…중국 "동의못해"(종합)
(베이징 선양=연합뉴스) 한종구 차병섭 특파원 = 대만과 수교한 15개국 중 13곳이 조만간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최고의사결정기구 세계보건총회(WHA) 연례회의에 대만을 옵서버(참관국) 자격으로 초청해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은 WHA 연례회의에 대만을 초청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며 참석시킬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21일 대만중앙통신(CNA)에 따르면 20일 기준 과테말라·에스와타니·투발루 등 13개국은 WHO에 이러한 내용을 요청했다.
수교국 가운데 빠진 곳은 바티칸과 파라과이 등 2개국이며, 유럽에서 대만의 유일한 수교국인 바티칸의 경우 WHA의 정치적 사안에 대해 거의 발언하지 않는다는 게 CNA 설명이다.
이번 WHA 연례회의는 24일부터 6월 11일까지 화상으로 열린다.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가 좋았던 2009∼2016년 옵서버 자격으로 WHA에 참가했지만, 중국의 반발로 2017부터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중 갈등 속에 미국과 대만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미국은 지난 7일 WHO에 대만의 WHA 참가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
또 이달 초 영국에서 모인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에 대만의 WHA 참석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넣기도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대만 초청 여부는 자신이 아닌 WHO 194개국 대표들에게 달려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HO 절차상 기구 내 총무부서가 대만 수교국들의 요청을 검토하고, WHA가 해당 제안을 의제에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만 행정원 뤄빙청(羅秉成) 대변인은 "최근 대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많은 국가의 지지를 받았다"면서 "중국이 대만의 WHA 진입을 막는 이유가 완전히 정치적 고려 때문임을 부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국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정식으로 제안해 대만에 따뜻함을 보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의 WHA 총회 참석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 대변인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모든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로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며 "중국은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지키고, WHA 회의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대만이 대회에 참석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을 회의에 참석시키려는 진짜 목적은 하나의 중국을 두 개의 중국이나 하나의 중국·하나의 대만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세계 150여 개 국가가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의 이러한 결정을 지지했고, 80여 개 국가는 대만의 회의 참석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대만을 회의에 참가시키려고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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