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의 투자협정 동결에 "누가 누구에게 베푸는 것 아냐"(종합)
외교부 대변인 "대화와 소통으로 양측 어려움 극복해야"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한종구 특파원 = 유럽의회의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투자협정 비준 보류에 중국 정부는 "투자협정은 누가 누구에게 베푸는 은혜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EU 투자협정 동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분쟁을 통제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협력의 궤도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EU 인사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때까지 투자협정을 비준하지 않겠다는 EU의 결의안을 고려한 듯 EU에 대한 제재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EU와 중국은 지난해 12월 30일 약 7년 만에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지만, EU가 지난 3월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문제 삼아 중국 관리 4명과 1개 단체에 제재를 부과하면서 관계가 악화했다.
이에 중국도 EU 관련 개인 10명과 단체 4곳을 제재하면서 맞불을 놨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EU는 거짓말과 허위정보를 바탕으로 일방적인 제재를 가해 중국의 내정을 간섭했다"며 "중국의 주권이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사람과 기구를 제재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고, 양측 관계 악화의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EU와의 관계를 발전시킬 의지가 있고, 우리의 주권 안전과 발전이익도 굳건히 지킬 것"이라며 "제재 대결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길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U 주재 중국 사절단 대변인도 홈페이지에 "중·EU 투자협정은 균형 잡힌 호혜적인 협정으로 누가 누구에게 베푸는 은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대변인은 이어 자국의 제재는 EU의 제재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항변하면서 "중국은 시종일관 성의를 갖고 양측의 협력을 촉진할 것이며 EU 측과 마주 보며 걷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이훙젠(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 인터뷰에서 유럽의회의 결의안 통과로 중·EU 투자협정이 무기한 연기되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정의 '동결'이 유럽의 경제 회복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투자 측면에서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데 장애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은 정치·외교적 압력을 받게 되며 유럽에서 중국의 이미지도 더 나빠지겠지만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유럽의회가 투자협정을 동결하면서 오만한 조건을 내걸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은 제재를 취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미국을 비난하는 데 집중했다.
미국이 중국과 서방 간의 인권 갈등을 격화시켰으며 신장 문제로 중국과 서방 간의 큰 충돌을 일으켰다면서 "EU가 미국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면서 중국과의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 협정을 파괴하는 것은 자신의 살을 베어 미국을 살찌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유럽이 중국의 굴기(堀起·우뚝 일어섬)를 억제하고 자국의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전략적 야심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을 이루려면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한다)라면서 중국이 차분하게 스스로 원칙을 지키며 유럽과의 경제 협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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