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 개선됐다지만…자산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

입력 2021-05-21 05:30
소득·분배 개선됐다지만…자산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

생활비 상승에 소비지출 늘어…집값은 고공행진 지속

전문가 "집값 안정, 규제완화 통한 일자리 대책 시급"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올해 1분기 가계 소득이 조금 늘고 분배도 나아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분기 소득 분배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면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를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자리 절벽이 여전하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자산 격차가 확대하면서 K자 양극화는 심화하는 흐름이다.

지속 가능한 민간 일자리를 늘려 소득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통해 양극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소득 분배 개선됐으나 체감은 '글쎄요'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 월평균 소득은 438만4천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4%(1만8천원) 증가했다.

이는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이전소득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상소득 가운데 근로소득은 277만8천원으로 1.3%(3만8천원) 감소하고, 사업소득(-1.6%, -1만2천원))과 재산소득(-14.4%, -5천원)도 줄었으나 이전소득은 72만3천원으로 16.5%(10만3천원) 증가했다.

1분위(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91만원으로 9.9%, 2분위는 230만1천원으로 5.6%, 3분위는 361만8천원으로 2.9%, 4분위는 537만원으로 1.2% 각각 증가한 반면 소득 최상위 계층인 5분위는 971만4천원으로 2.8% 줄었다.

이에 따라 분배지표인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6.30으로 작년 동기의 6.89에 비해 큰 폭 개선됐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16년의 6.24 이후 5년 만에 가장 나은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서민이 체감하긴 어려워 보인다. 소득 증가보다 가계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241만9천원으로 1.6%(3만9천원) 증가했다.

소득보다 지출이 더 늘면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09만2천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0.9&(1만원) 되레 감소했다.

1분위의 경우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수지는 월평균 39만7천원 적자로 소득·분배 개선을 무색하게 했다. 무엇보다 식료품과 주거·수도·광열비 등 생활비와 보건 의료비의 부담이 컸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좀 증가한 것은 정부의 재정지원 덕이고, 분배 지표 개선은 1분위의 소득이 의미 있게 늘었다기보다 최상위인 5분위 계층의 소득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어서 개선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면 나름 평가할만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 집값 고공행진…자산 양극화 갈수록 심화

전체 가구의 소득이 약간 늘고 최하위와 최상위 간 격차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실질적 양극화 완화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일자리에서 나오는 근로소득이 쪼그라들고 자산 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하기 때문이다.

4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전체 취업자는 65만2천명 늘었는데 60세 이상이 46만9천명 증가했다. 60세 이상 일자리는 재정을 투입해 만든 임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청년층(15∼29세) 일자리도 17만9천명 늘었다고 하나 알바형 임시직 근로자가 12만5천명이었다. 경제의 허리인 30대 취업자는 9만8천명, 40대는 1만2천명 각각 감소했다.

안정적 소득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양질의 민간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뛰는 집값은 무주택 서민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1월 1.19%, 2월 1.36%, 3월 1.32%, 4월 1.06% 올랐다. 이달 들어서도 집값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주택가격 1% 상승은 5억원짜리 주택은 500만원, 10억원짜리는 1천만원이 올랐다는 얘기다. 소득이 늘어도 도저히 집값 상승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실련에 의하면 작년 서울의 25평 평균 아파트값은 11억9천만원으로 노동자의 연 평균임금(3천400만원)을 한 푼도 안 쓰고 36년을 모아야 살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득과 자산 가운데 집값 폭등에 따른 자산 격차가 너무 심각해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양극화의 완화를 얘기할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경직적인 주 52시간제가 근로소득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적정 경제성장 유지와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대기업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우석진 교수는 "자산 버블을 가라앉히는 것도 양극화의 해법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만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면서 "재정 투입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키우고 새로운 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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