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눈 밑서 겨울 난 뒤 재발화하는 '좀비' 숲 화재
0.8% 불과하나 증가세, 많을 때는 38% …기후변화 더운 여름 원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눈 밑에서도 불씨가 꺼지지 않고 겨울을 난 뒤 봄에 다시 확산하는 "좀비" 숲 화재가 북반구에서 점차 늘어 많을 때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좀비 숲 화재는 여름철 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 지구과학 부교수 산데르 베라베르베케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에서 발생한 좀비 숲 화재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했다.
네이처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좀비 숲 화재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해 2002~2018년에 이 지역에서 발생한 숲 화재의 위성 이미지 자료와 현장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좀비 숲 화재가 전체의 0.8%를 차지하는 것을 밝혀냈다. 좀비 숲 화재는 연도별로 편차가 커 많은 해에는 38%에 달할 때도 있었다.
북반구 숲의 화재는 대부분 번개나 인간에 의한 실화로 발생하지만 전년도 화재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이듬해 봄에 재발화하는 이런 좀비 성 화재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연구팀은 좀비 숲 화재가 여름철 기온이 높았을 때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이는 기온 상승이 토양 속 유기물을 더 깊은 곳까지 태워 겨울철에도 꺼지지 않고 토양 속 불씨를 유지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베라베르베케 부교수는 "숲 화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나무가 타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반구 고위도 숲에서는 (화재로 배출되는) 탄소의 90%가 토양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가 풍부한 토탄 토양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토양을 덮고 있는 눈이 절연체 역할을 해 토양 속 불씨를 유지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위성 이미지에서 좀비 숲 화재는 화재로 소실된 지역에서 수백 미터 내에서 다시 발화하며, 땅이 녹으면서 번개에 의한 화재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더 일찍 발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좀비 숲 화재가 상대적으로 드물기는 하나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화재를 조기에 발견해 진화하는 것이 숲 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베라베르베케 부교수는 전년도에 화재가 발생한 지역의 가장자리를 감시해 좀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 숲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고 "탄소를 생태계 속에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좀비 숲 화재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낮게 열린 과일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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