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무력충돌 희생 태국인 아내들 "열심히 일하던 남편인데…"

입력 2021-05-20 10:23
수정 2021-05-20 17:37
이-팔 무력충돌 희생 태국인 아내들 "열심히 일하던 남편인데…"

"남편 덕에 집 마련했는데 같이 못살게 돼", "그날 통화했는데…아이들 잘 보살필게요"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과정에서 숨진 태국인 해외노동자 2명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18일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포탄이 이스라엘 남부 에레즈에 떨어지면서 농장에서 일하던 2명의 태국 국적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20일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사망자 중 한 명인 위라왓 까룬보리악(43)은 지난 2018년 농장일을 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떠났다.

그의 마음엔 딱 한 가지 목표만 있었다고 한다. 북부 펫차분주에 가족을 위한 집을 지을 만한 충분한 돈을 버는 것이었다.

위라왓이 매달 꼬박꼬박 이스라엘에서 보내온 돈으로 아내는 남편의 바람대로 펫차분에 부부와 두 딸이 살 집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와중에서 발생한 비극으로 인해 남편은 그렇게 원하던 그 집에서 살 수 없게 됐다.

위라왓은 평소 하루에 두 차례 태국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당일엔 남편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남편은 받지 않았다.

결국 아내는 남편의 친구로부터 로켓포탄이 남편의 방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내 룬랏 새리씨는 신문에 "충격을 받았고 여전히 혼란스럽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운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유일하게 원하는 것은 남편의 시신을 고향으로 운구해 와 남편이 목숨을 바친 자신들의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북동부 부리람주 출신인 시카린 상가룸(24)은 20대 중반의 꽃다운 나이에 비극의 당사자가 됐다.

AP 통신에 따르면 시카린은 지난달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를 마친 뒤 일한 지 단 며칠 만에 비극을 당했다.

태국 노동부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 당일에도 이 20대 부부는 전화 통화를 했다.

당시 통화에서 시카린은 아내에게 공격이 있었지만, 자신은 어떤 경고도 들은 바 없다며 아내를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화 통화 이후 시카린의 아내 오라타이 콩마롱(21)에게 누군가 전화를 걸어와 남편이 병원에 실려 갔다고 전했다.

오라타이는 아직도 남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그는 방콕포스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다"면서 "남편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남편과 사이에 어린 자녀 2명을 둔 그는 "아이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아이들을 잘 돌볼게요"라며 하늘의 남편에게 약속했다.

태국 노동부는 태국인 사망자 2명 및 부상자 8명의 가족에게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태국의 가난한 시골 지역 출신들이 고향보다는 돈벌이가 훨씬 나은 외국으로 나가 농장이나 공장 등에서 일하는 모습은 흔한 일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이스라엘에서 일하고 있는 태국인은 태국 노동부에 등록된 이만 1만8천728명이다. 대만 다음으로 많다.

이스라엘 내 태국인 노동자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희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박격포나 로켓 공격으로 인해 2004년과 2010년 그리고 2014년에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9년에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같은 지역에서 로켓 공격으로 인한 부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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