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코로나 진정세 지속…높은 항체보유율·미국 상황 덕분?
17주 연속 확진자 감소에 대면수업 재개 등 일상 속속 회복
백신 접종률 12%지만 국민 50% 이미 항체 보유 추정…미국 진정세도 영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진정세를 이어가면서 팬데믹 전 일상으로의 복귀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수도 멕시코시티 정부는 내달 7일(현지시간)부터 대면 수업을 재개한다고 19일 밝혔다.
멕시코시티를 포함해 멕시코 대부분의 지역은 코로나19 상륙 후 1년 넘게 학교 문을 열지 못하고 원격 수업을 진행해왔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의 감소세가 이어지자 당국은 교사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우선으로 진행해 서둘러 학교 문부터 열기로 한 것이다.
학교 외에도 식당과 극장, 체육관 등의 영업시간과 수용 인원이 점차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전 일상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멕시코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38만여 명, 사망자는 22만 명이 넘는다. 사망자는 전 세계에서 미국, 브라질, 인도 다음으로 많다.
지난 1월 혹독한 2차 유행 속에 의료용 산소와 병상 부족에 시달렸던 멕시코는 그러나 2월 이후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1년여 만에 하루 확진자가 1천 명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곧 3차 유행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계속됐으나 이동이 많은 부활절 연휴도 무사히 넘겼고, 브라질 변이 등에 따른 남미 재확산세도 멕시코에는 미치지 않았다.
우고 로페스가텔 멕시코 보건차관은 전국적으로 17주 넘게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이러한 진정세를 백신 접종으로만은 설명하기 어렵다.
멕시코가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먼저 지난해 12월 말부터 접종을 시작하긴 했으나, 접종률이 한 자릿수에 그칠 때부터 감소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멕시코에서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인구의 비율은 12%로 북미나 유럽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남미에서 접종 속도가 가장 빠른 칠레나 우루과이도 최근 코로나19 악화를 경험했고, 1회 접종률 18%로 멕시코보다 많은 아르헨티나도 전날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멕시코의 경우 백신 효과보다는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돼 항체를 보유한 이들이 상당하기 때문에 신규 감염자가 줄었다는 추측이 나온다.
로페스가텔 차관은 이미 국민의 50%가 항체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했다는 것이다.
육로 국경을 길게 맞댄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빠르게 호전된 것도 멕시코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 간 국경은 코로나19 이후 오랫동안 막혀 있지만, 비자 소지자나 필수 목적의 월경은 허용하고 있어 통행은 이어졌다.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의 말라키아스 로페스세르반테스 교수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미국 국민의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국경을 통한 멕시코로의 확산도 줄었다며 '바이든 장벽' 덕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울러 상당수의 멕시코인이 미국에 가서 백신을 맞고 왔기 때문에 실제 접종률이 12%보다 더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다만 멕시코의 항체 형성률이 집단면역 도달 수준엔 못 미치는 데다 최근 캉쿤 등 관광지를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조짐이 나타나는 점을 들어 안심하긴 이르다고 경고한다.
로페스가텔 차관도 "3차 유행의 위험은 여전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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