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최태원…재계 소통 창구 역할에 경제 외교도 '시동'

입력 2021-05-20 06:11
수정 2021-05-20 08:58
보폭 넓히는 최태원…재계 소통 창구 역할에 경제 외교도 '시동'

한미정상회담 동행해 백신 협력 등 물밑 지원

ESG 경영 중요성 설파…정관계 인사들 만나 기업 규제 완화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을 계기로 대내외 보폭을 넓히고 있다.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동행하며 경제 외교에도 시동을 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약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최 회장의 해외 출장은 작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최 회장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출장을 자제해 왔다.

이번에는 한미정상회의 기간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양국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한미간 백신 협력과 반도체, 배터리 등 경제 외교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18일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세미나에서 "사회, 환경, 공공재에서 측정 가능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한미관계의 근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국제 안보와 금융 안정성 등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하는 강대국이 공공재 공급에 실패하는 순간 국제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킨들버거 함정' 개념에 대한 논문을 언급하며 "미중 양국은 이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글로벌 공공재의 공급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SK그룹은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000660],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인 SK이노베이션[096770],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을 맺은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최 회장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오는 22일에는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도 찾는다.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을 투자해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 2공장을 건설·가동 중이며, 3조원 규모의 3, 4공장 추가 건설도 검토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귀국길에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추진 중이다.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에는 김기남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공영운 현대차[005380]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도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중심이 아닌 전문경영인 위주의 경제사절단에 최 회장이 함께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며 "SK그룹 회장으로서뿐만 아니라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다음주 중·후반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정·관계, 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광폭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해 온 최 회장은 "ESG 경영은 이제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며 국내외에서 연일 ESG 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ESG 경영은 올해 경영계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 13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기업가 정신으로 미래의 먹거리를 창조해 달라"는 박 의장의 당부에 "ESG 경영이라는 게 적당히 돈 버는 용도로 포장되면 안 되는 것 같다. ESG에 위배되거나 하면 기업의 생존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재계 '맏형'으로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간 회동을 정례화해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친목을 다지고 있다.

앞서 3월 말에도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고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과 만나 대한상의 회장에서 퇴임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042670] 회장을 축하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정·관계, 재계 인사를 폭넓게 만나며 경제계의 최대 관심사인 기업 규제 완화와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대한상의가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종합경제단체로 서울상의를 비롯한 전국 73개 지방 상공회의소를 대표하는 만큼 최 회장의 어깨도 한층 무거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후 처음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기업 규제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 의장은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국회도 규제 완화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이런 (지나친) 규제를 사전에 거르는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7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법과 규제로 겪는 불편함의 정도가 얼마만큼인지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코로나 위기 등을 고려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의 역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취임 후 경제단체와의 첫 소통 행보로 대한상의를 찾아 최 회장과 산업·통상·에너지 정책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현안뿐 아니라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정부와 국회 등의 카운터파트너 역할을 해야 하므로 당분간 최 회장의 보폭이 넓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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