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만에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마시는 여유 찾은 프랑스(종합)
식당·카페 등 야외 영업 재개…박물관·미술관·영화관도 재개장
갑작스런 장대비에 식사 도중 낭패 보기도…백화점도 다시 문 열어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날씨는 변덕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즐기는 에스프레소 한잔의 여유는 프랑스인들에게 웃음을 안겨줬다.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담배를 태우던 브누아(40) 씨는 무려 200일 넘게 빼앗겼던 즐거움을 되찾은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 10월 30일부터 2021년 5월 18일까지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문 닫았던 식당과 카페, 술집이 이날부터 야외 영업이 가능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 오전 일찍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인근 카페에서 장 카스텍스 총리와 만나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공개했다고 APTN 방송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데 익숙해지도록 하자"며 "백신 접종을 이어가고, 다 같이 규율을 따른다면 우리가 앞으로 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독려했다.
식당과 카페 주인들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망가진 테라스를 정비해가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으나, 강풍이 불고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좀처럼 도와주지 않았다.
해가 쨍하게 뜨다가도 장대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직원들은 흥건히 젖은 테이블과 의자를 닦느라 분주했고, 손님들은 식사를 즐기다가 황급히 짐을 챙겨 자리를 뜨기도 했다.
식당, 카페, 술집의 부분적 영업 재개 못지않게 반년 만에 다시 대중에 개방한 박물관, 미술관, 영화관과 같은 문화시설도 또 다른 기쁨을 선물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 오르세 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등은 이날부터 인터넷으로 사전에 예약한 관람객들을 다시 맞이했다.
퐁피두 센터에서 만난 유학생 우채연(28) 씨는 미술을 전공하다 보니 전시회를 찾아다니기를 좋아하는데 이곳에 다시 발을 들인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며 웃었다.
영화관과 극장도 수용 인원을 35%만 받는다는 조건으로 이날 다시 문을 열었고, 지난달 세 번째 전국단위 이동 제한조치와 함께 영업을 중단했던 백화점과 비필수 상점들도 영업을 재개했다.
이날부터 통행금지 시작 시각이 오후 7시에서 오후 9시로 미뤄지는 만큼 날이 밝은데도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프랑스인들의 아쉬운 마음은 다소 가라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명소가 문을 연 것은 아니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은 언제 다시 손님을 받을지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 파리 외곽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6월 17일 재개장할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 5월 3일 ▲ 5월 19일 ▲6월 9일 ▲ 6월 30일 4단계에 걸쳐 각종 제한 조치를 서서히 완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놨으며 6월 9일부터는 외국인 관광객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프랑스에 관광 목적으로 입국하려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거나,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라거나,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해 항체가 있다는 점 등을 증명해야 한다.
프랑스가 3차 봉쇄령을 내렸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코로나19 확산세는 한풀 꺾였다고 할 수 있지만, 안심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하루에도 1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중환자실에는 4천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해 있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89만8천347명으로 전 세계에서 네번 째로 많고, 누적 사망자는 10만8천40명으로 세계 8위다.
지난해 12월 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프랑스에서는 지난 17일 기준 전체 인구의 30.9%에 해당하는 2천68만명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쳤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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