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조치 내세우는 바이든 행정부…북한에 거듭 유화적 손짓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 인터뷰로 유연한 접근 시사하며 재차 설득 모색
실용접근 구체 내용이 북한 움직일지가 관건…한미정상회담 핵심의제 전망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거듭 실용적 접근을 내세우며 북한과의 접촉 재개를 꾀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의 공식 입장에 이어 이번에는 백악관에서 대북·대중정책을 포함, 아시아 전략을 총괄하는 고위 당국자의 공식 인터뷰를 통해서다. 실용적 접근에 대한 강조가 계속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염두에 둔 구체적 협상 유인책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설명하며 '실용적'이라는 표현을 5차례 썼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용적이고 조율된 접근이라고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실용적 조치를 강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이다.
캠벨 조정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등 기존의 합의를 토대로 외교적 관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적대가 아니라 해결을 목표로 한다고도 강조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접근을 적대시 정책으로 규정하며 북미 교착의 중대 요인이라 주장해왔다.
캠벨 조정관의 이러한 언급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장기 교착 타개를 도모하고 북한의 대미 무력압박을 막으려는 상황에서 백악관의 핵심 고위 당국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직접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 의미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 마련한 대북정책을 상세히 설명하겠다며 북한에 접촉을 제의한 상태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4월 30일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다며 실용적이고 외교적인 접근이라고 개략적으로 운을 띄운 바 있다.
이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달 초 공개적으로 북한에 외교의 기회를 잡으라고 촉구한 데 이어 캠벨 조정관이 나서서 대북정책의 핵심이 실용적 접근이라는 점을 재차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실용적 접근의 구체적 내용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괄타결'로 대표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식 대북접근이나, '전략적 인내'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식 접근을 모두 실패로 규정하며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 역시 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용적 접근 및 조치의 강조가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담보하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는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 조치의 수준에 맞춘 폭넓은 상응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협상 복귀를 위해 제재완화 카드를 꺼내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제재완화 등의 조처까지 열어두고 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포함한 것인지 주목된다.
캠벨 조정관은 인터뷰에서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가 그대로 유지된다면서도 그 이상의 추측은 시기상조라고만 했다.
북한이 고수하는 '행동 대 행동'에 대해서도 미국의 대북접근에 그런 이름표를 붙이지 않겠다면서도 미국은 환상이 없고 현실적 전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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