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재산세 완화 'OK'…종부세·양도세는 '오리무중'

입력 2021-05-15 05:30
주택 재산세 완화 'OK'…종부세·양도세는 '오리무중'

재산세 개편안 다음주 윤곽 전망…이달 처리에 속도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말 많고 탈 많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세 완화 방안의 윤곽이 다음 주 드러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번 주말과 다음 주에 걸쳐 본격적으로 부동산 세제 개편 방안 조율에 나선다.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은 당정청이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종부세와 다주택자 양도세다. 이 부분은 워낙 당정 간 또는 여당 내부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방향 설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재산세·종부세 과세기준일 임박

현재 부동산 세제 개편의 키는 여당이 잡고 있다. 실무는 세제 전문가인 김진표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맡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의 분노를 체감한 민주당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정책을 정부에만 맡겨서는 안 되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송열길 민주당 대표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앞으로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문 대통령도 여기에 동의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부동산세제에 맞춰져 있다. 급격히 불어난 세금이 민심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보고 이 부분부터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다음 달 1일은 보유세인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세 기준일이다. 또 지난해 강화된 양도세 중과 시행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음 주 중에 세제 개편의 윤곽이 잡혀야 이달 중 관련 법 개정안의 처리가 가능하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정 간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며 조만간 그 결과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부동산특위 위원이자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유동수 의원은 지난 12일 "당장 6월 1일 기준으로 납부 고지서가 나가는 재산세를 먼저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 재산세 완화 'OK'…종부세·양도세는 '오리무중'

당정은 그동안의 논의를 통해 재산세 감면 범위 확대엔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범위를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송영길 대표는 14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 "당내에 부동산특위가 만들어졌다. 당장 내년 재산세 부과 문제부터 긴밀히 논의해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재산세 완화 방안은 당정 간 교통정리가 거의 마무리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재산세 감면 대상이 공시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확대될 경우 아파트 59만여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나 다주택자 양도세를 완화하는 방안은 당내 또는 당정 간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이나 일부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여당 의원들은 종부세 완화에 호의적이지만 여타 의원 중에는 '부자 감세'라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보유세가 대폭 오르면서 거래세인 양도세는 낮춰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이 역시 '부자 감세'여서 당내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종부세나 다주택자 양도세 문제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과도 맞닿아 있어 의견 조율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도 종부세 완화에 부정적이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무주택자의 새집 마련이나 1주택자의 보유 부담을 줄여주는 데에는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종부세는 더 신중해야 한다. 과세 형평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종부세 기준을 완화하지 않고 고령자나 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해 공제를 확대하거나 과세이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택가격 급등으로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이 지난해 66만여명에서 올해엔 100만명 선으로 대폭 증가하면서 내년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당 주도로 과세 기준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 문제는 급하게 결론을 내기보다 여론의 추이 등을 봐가면서 충분한 당내 또는 당정 간 소통과 숙의를 거칠 것으로 보여 이달 중 방향이 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종부세의 경우 다음 달 1일이 과세 기준일이지만 실제 납부고지는 11월 초·중순에 이뤄지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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