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말레이 전 총리, 체온 안 재고 모스크 입장…경찰 수사
'앙숙' 나집 전 총리가 동영상 공개…말레이 정부 "똑같이 처벌"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마하티르 모하맛(95)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체온을 재지 않고 모스크에 입장했다가 코로나 보건지침 위반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마하티르 전 총리의 보건지침 위반 동영상을 '앙숙'인 나집 라작(67) 전 총리가 자신의 SNS에 올려 저격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13일 말레이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나집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하티르 전 총리가 지난 8일 랑카위의 지역구 행사가 열린 모스크에 들어가면서 체온 체크와 정부 보건앱 스캔을 하지 않은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올렸다.
마하티르 전 총리의 보건 지침 위반 행위가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자 랑카위 경찰은 감염병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1981년∼2003년 22년간 장기집권한 마하티르는 2015년 재집권하면서 나집 전 총리를 밀어냈다.
마하티르가 재집권한 뒤 나집은 국영투자기업 '1MDB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총 42개 혐의로 기소돼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최고령 국가 정상' 기록을 세운 마하티르는 작년 2월 총리직 사퇴 후 재신임을 받겠다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국왕이 무히딘 야신을 새 총리로 앉히는 바람에 권좌를 빼앗겼다.
나집 전 총리는 올해 3월 쿠알라룸푸르의 음식점에 들어가면서 체온을 재지 않고, 정부 보건앱 스캔을 하지 않았다가 해당 동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그는 최근 3천 링깃(82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마하티르 전 총리가 자신과 똑같은 행동을 하자 이를 온 세상에 공개한 것이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2일 "보건지침 위반 행위를 사과하며 관련법에 따른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성명을 냈다.
두 전직 총리의 보건지침 위반 사건이 화제가 되자 말레이시아의 코로나 대응을 맡은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국방부 장관은 "정치인, 연예인 등 누구든 보건지침을 위반하면 똑같이 법대로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적 절차를 밟는데 2∼3주가 걸리며 위반자들의 신분은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전날부터 다음달 7일까지 전국에 3차 이동통제령을 발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하루 1천명대였지만 최근 4천명 안팎을 넘나들어 누적 확진자가 45만3천여명, 사망자는 1천761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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