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당' 택한 미 공화당…반기 들던 딕 체니 딸 결국 축출(종합)

입력 2021-05-13 00:00
'트럼프당' 택한 미 공화당…반기 들던 딕 체니 딸 결국 축출(종합)

트럼프 탄핵 찬성했던 서열 3위 체니 의원총회 의장, 투표로 지도부서 쫓겨나

공화, 2022년 중간선거 위해 트럼프 중심 결집…체니 "트럼프 재선저지 총력"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이 당내 서열 3위로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였던 리즈 체니 하원 의원총회 의장을 지도부에서 쫓아냈다.

2022년 중간선거 승리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부친인 딕 체니는 공화당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지만 딸은 공화당 지도부에서 축출되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12일(현지시간) 투표를 통해 체니 의장을 지도부에서 축출하는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회의에서 결정이 이뤄지기까지는 2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체니 의장의 축출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화당의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대중적 인기가 높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체니 의장의 비판이 당의 통합을 저해한다며 지도부에서의 축출을 주장해왔다.

체니 의장은 이날 지도부 축출이 결정된 후 "새빨간 거짓말과 헌법을 (함께) 끌어안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보수의 근본 원칙으로 공화당을 돌려놓기 위한 싸움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근처에 다시 얼씬도 못하도록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하원의원 중 여성으로서는 가장 서열이 높았던 체니 의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이다.

부친이 공화당 행정부에서 2009년 1월 8년간의 부통령 임기를 마친 지 10여년 만에 당내에서 승승장구하던 딸이 지도부에서 내쳐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체니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조작 주장을 허위라 비난하면서 지난 1월 지지자들의 의회난입 사태에 따른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9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2월 이뤄진 사퇴 표결 때만 해도 공화당 내 기류는 체니 의장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당시 사퇴 반대에 145표, 찬성에 61표가 나왔다.

그러나 체니 의장이 계속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자 2022년 중간선거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 우호적 기류가 빠르게 식었다.

체니 의장의 후임으로는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이 유력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이미 지지를 공개표명한 상태인데 일각에서는 '충분히 보수적이지 않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