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원 "부당한 요구 거부…충성서약 직전 사퇴할 것"
카르멘 라우 "부패한 체제에 더는 타협하고 싶지 않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불합리하고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 않습니다."
홍콩에서 충성서약의 대상이 곧 구의원으로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카오룽 웡타이신의 구의원 카르멘 라우(26)은 이같이 말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라우 의원은 13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아직 사직계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충성서약을 하기 직전에 곧바로 사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퇴의 이유는 이미 지난 1년 반 동안 당해온 불합리하고 부당한 요구를 더는 들어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구의회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을 매우 제한적이다"면서 "부패한 체제, 썩어들어가는 구의회에 더는 타협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임기를 못 채워 지역주민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라우 의원은 2019년 반정부 시위의 물결을 타고 그해 11월 구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한 젊은이 중 한명으로, 웡타이신 지역구를 20년간 수성한 친중 정당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DAB) 소속 현역 의원을 꺾고 배지를 달았다.
당시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은 452석 중 392석을 휩쓰는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제정된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집합금지 명령으로 그는 구의원으로서 정상적인 정치활동조차 상당부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런 상황에서 충성서약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자 결국 고심 끝에 사퇴를 결심했다.
충성서약은 홍콩 미니헌법인 기본법 준수,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 홍콩정부에 책임을 다하고 임무에 헌신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충성서약을 위반하는 이는 누구든 자격이 박탈되고 향후 5년간 공직에 출마할 수 없다.
범민주 진영에서는 당국이 '충성서약 위반'에 모호한 잣대를 들이대 반대파의 씨를 말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범민주 진영이 구의회를 장악하자 중국 정부가 충성서약을 내세워 구의회 손보기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홍콩 당국은 의원의 과거 행적도 충성서약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범민주 진영에서는 특히 자격을 박탈당할 경우, 이전까지 지원받은 공적 자금을 모두 토해내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위험요소로 보고 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월말 현재 범민주 진영 구의원 약 70명이 홍콩보안법 위반 등 각종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약 20명의 구의원이 사퇴하거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월말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기소된 민주화 인사 47명에 포함된 19명의 구의원은 자격이 박탈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우 의원은 지난 9일 소속당인 홍콩 제2 야당인 공민당도 탈퇴했다.
그에 앞서 다른 4명의 공민당 소속 구의원도 당을 떠나면서 공민당 해체 논의마저 나오고 있다.
라우 의원은 그러나 탈당 사유나 당의 해체 논의와 관련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시민사회에 참여해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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