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예루살렘 사태 커질라…이스라엘, 유대인 '성전산' 출입금지
'예루살렘의 날' 깃발 부대 차단…시위 원인 된 정착촌 판결도 연기
팔레스타인 시위대, 알-아크사 사원서 경찰과 또 충돌…"수십명 부상"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해 논란을 일으킨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은 이날 하루 동안 유대인들의 '성전산'(Temple Mount) 출입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경찰청장과 지역 경찰 총수가 참여하는 보안 점검 회의 후 유대인들의 성전산 지역 방문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산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다.
유대교도들은 이곳을 최고의 성지로 부르고, 이슬람교도들은 이곳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을 메카, 메디나에 이어 제3의 성지로 꼽는다.
이스라엘 당국은 동예루살렘 점령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 행사 중 이스라엘 국기를 든 유대인 행렬이 성전산에 들어갈 경우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이런 조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이스라엘 대법원도 이날로 예정됐던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 정착촌 관련 판결 일정도 연기했다.
셰이크 자라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북쪽으로 2㎞ 지점에 있으며, 이곳의 이스라엘 정착촌 유대인들은 부동산을 획득하려고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인들과 법정 분쟁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당국은 셰이크 자라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수십 명을 쫓아내겠다고 위협해 반발을 샀고, 이는 최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구시가지 내 시위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라마단 기간에 지속해서 이스라엘 당국과 충돌했다. 이스라엘이 신앙생활을 탄압하고 정착촌에서 주민들을 내쫓으려 한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라마단 기간 매일 저녁 금식을 끝낸 이슬람교도들이 식사 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다마스쿠스 광장 폐쇄가 격렬한 시위를 촉발했고, 이어 셰이크 자라 주민 축출이 기름을 부었다.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인 지난 7일부터 격화한 시위에 이스라엘 당국이 강경 대응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 300명가량이 부상했고, 경찰 측에서도 1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번 사태를 제3의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반이스라엘 저항 운동)로 묘사하기도 했다.
아랍권은 이스라엘의 조치를 강력하게 비판했고, 국제사회는 동예루살렘 긴장을 완화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사태 확산에 대비해 대규모 군 병력을 요르단강 서안 등에 배치하는 한편, 이날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했다.
그러나 동예루살렘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일요일인 전날에도 비록 규모는 줄었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예루살렘의 날'인 월요일 아침에도 알-아크사 사원에서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관계자는 "오늘 충돌로 수십 명이 부상했으며, 50명가량이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현재 팔레스타인 주민 8천여명이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유대인의 경내 진입에 대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일부 시위대는 경찰서를 습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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