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등 위에 올라탄 중국 디지털 위안화
민간 전자결제 생태계 적극 활용…"알리바바로 알리바바 영향력 축소"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정식 도입을 목전에 앞두고 광범위한 시험을 진행 중인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e-CNY)가 중국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와 연결됐다.
이미 중국인의 경제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알리페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향후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보급이 더욱 쉬워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중국기금보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디지털 위안화 지갑 앱이 업데이트되면서 연결 가능 은행에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의 인터넷 전문 은행인 왕상은행(網商銀行·MYbank)이 추가됐다.
전에 디지털 위안화 지갑 앱에서는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등 6개의 대형 국유은행만 선택이 가능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민간 은행인 알리바바 계열 왕상은행이 연결된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 앱에서 왕상은행 안내 옆에는 괄호 안에 '즈푸바오'라는 글씨가 명시됐다.
실제로 디지털 위안화 지갑 앱에는 어느 은행과 연결해 금액을 충전해도 전자 상거래 플랫폼 티몰, 음식 배달 대행업체 어러머(餓了?), 온·오프라인 연계 슈퍼마켓 허마셴성(盒馬鮮生) 등 알리바바의 주요 인터넷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표시가 새로 나타났다.
반대로 일부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알리페이 앱 화면의 서비스 목록에서도 디지털 위안화가 추가됐다.
이는 디지털 위안화가 중국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는 물론 알리바바 그룹의 광범위한 생태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을 뜻하는 것이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법정 디지털 화폐는 순수하게 결제 기능만 놓고 보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웨이신즈푸·微信支付) 등 앞서 시장을 장악한 민간 전자결제 서비스에 못지않은 편의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그간 일부 전문가는 디지털 위안화가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한 생태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기는 어려워서 중국 이용자들에게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런데 디지털 위안화가 알리페이 같은 민간 전자결제 서비스망에 올라탄다면 편의성이 크게 높아져 이런 단점을 쉽게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알리페이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쓰는 전자결제 서비스다. 사용자는 10억명이 넘고, 사용 가능 가맹점은 8천만 곳에 달한다.
중국은 법정 화폐인 디지털 화폐 보급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 중국 당국은 디지털 위안화가 실물이 존재하지 않을 뿐 공익 성격의 법정 화폐이기 때문에 향후 자국에서 누구든 법정 디지털 화폐를 받지 않을 수 없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들은 자기 이익에 배치되는 경쟁 서비스가 자기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것을 강하게 금지해왔는데 최근 들어 중국 당국이 '반독점'과 '공정한 경쟁 환경'을 명분으로 내세워 대대적 규제를 가해 이런 관행을 뚜렷하게 약화시킨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따라서 아직은 시험 단계지만 향후 디지털 위안화 보급이 본격화하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작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당국 정면 비판을 계기로 중국 당국은 거대 민간 인터넷 기업들이 금융 등 중요 분야에서 영향력을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알리바바의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알리바바를 이용해 알리바바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