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코뿔소' 중국 지방부채 커져…4천600조원 달해

입력 2021-05-10 10:50
'회색코뿔소' 중국 지방부채 커져…4천600조원 달해

작년 코로나 부양으로 악화…음성채무 많아 '빙산 일각' 지적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경제의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거론되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한층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신랑(新浪)재경 등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 산하 국가채무협회와 중국 최대 신용평가사 중청신(中誠信)은 최근 펴낸 '중국 지방정부 채무 보고서'에서 2020년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채무는 25조6천600억 위안(약 4천625조원)으로 부채율이 전년 대비 4%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정부는 각 지방정부 채무 비율이 100%에 달하는 것을 위험 수위로 간주하고 이를 넘지 못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본토의 31개 성(省)급 행정구역 중 구이저우성, 네이멍구자치구, 랴오닝성, 닝샤자치구, 톈진직할시, 칭하이성, 윈난성, 지린성, 후난성 8개의 지역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이 이미 100%를 초과한 상태로 나타났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도 높지 않아 향후 문제가 쉽게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31개 성급 행정구역 중 예산 지출 대비 수입 비율인 균형 재정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23곳에 이른다.

이들 지역은 만성적으로 예산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추가로 채권을 찍어 빚을 '돌려막기'하거나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야만 한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는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극복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에 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대규모 투자를 할 것을 독려하면서 한층 심화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일반적으로 중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로 여겨진다"며 "중국 지방정부들이 거액의 지출 프로젝트 자금을 마련하느라 차입금에 계속 의존하면서 거의 모든 지방정부의 빚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회색 코뿔소란 예측이 어려운 돌발 위험을 뜻하는 '검은 백조'와 달리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뜻한다.

중국 지방정부의 음성 부채는 각 지방이 인프라 투자 등 공공사업에 쓰려고 예산에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는 일종의 편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형성된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의 류레이(劉磊) 국가부채연구센터 비서장은 작년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의 음성 부채가 14조8천억 위안(약 2천567조원)에 달한다고 최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의 공식 통계가 아니라 연구자 개인이 발표한 집계여서 겉으로 드러난 중국 지방정부 채무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 중인 가운데 중국 정부도 올해 들어 지방정부 부채 문제 관리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는 추세다.

국무원은 지난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 회의에서 "총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정부 부채 비율을 일부 낮춰야 한다"면서 정부 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는데 이는 지방정부 부채 위기 해소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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