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마피아에 살해된 이탈리아 판사 복자 반열에
시칠리아서 리바티노 판사 시복식 거행
교황 "정의와 믿음의 순교자" 성덕 기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30년 전 마피아에 의해 살해된 이탈리아 판사가 복자의 반열에 올랐다.
ANSA·AFP 통신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시칠리아주 아그리젠토 성당에서 로사리오 안젤로 리바티노 판사의 시복식이 거행됐다.
순교·증거자의 시복·시성을 담당하는 교황청 시성성 장관인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이 시복식을 주재했다.
시복은 로마가톨릭교회에서 그 성성(聖性)이나 순교로 인해 이름 높은 자에게 '복자'(福者)라는 칭호를 주고 특정 교구·지역·국가 또는 수도단체 내에서 공적인 공경을 바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교황의 선언이다.
리바티노 판사는 1990년 9월 자택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아그리젠토 한 도로에서 마피아 조직원들의 총격을 받아 3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판사로서 마피아 조직을 법적으로 단죄하고자 노력해 온 그는 당시 새로운 마피아 범죄 관련 사건 심리를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지역 사회에서는 매일 아침 법원으로 출근하기 전 성당에 가 기도를 올린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사후에는 'STD'(라틴어 'Sub tutela Dei'의 약자로 '하느님의 보호 아래'라는 뜻)라고 적힌 판결 관련 메모지도 다수 발견됐다.
앞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3년 시칠리아 방문 당시 리바티노 판사의 부모를 만나 "참으로 용감한 순교를 했다"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이후 1995년 시복 심사가 시작됐으며 그로부터 25년 만인 작년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복자로 공식 인정됐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부활 삼종기도 후 훈화에서 리바티노 판사의 삶과 성덕을 상기시키며 "정의와 믿음의 순교자"로 칭했다.
교황은 "부패에 절대 굴하지 않은 모범적 판사로서 처벌이 아니라 구원을 위해 판결하려 노력했다"면서 "심지어 영웅적 죽음에 이르기까지 복음의 증인이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복자가 된 리바티노 판사는 향후 성인(聖人)으로 추서될 길도 열려있다. 복자 단계에서 교황청 심사를 거쳐 또 한 차례의 기적을 인정받으면 성인 칭호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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