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코로나19 와중 2차대전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
1만2천명 군인, 190여대 무기 참여…푸틴 "굳건히 국익 수호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제2차 세계대전(대독전) 승전 76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펼쳤다.
러시아인들이 '대조국전쟁'으로 부르는 대독전 승리를 국민 단합을 위한 주요 이데올로기로 강조하는 러시아 정부의 '애국주의' 정책이 반영된 행사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지휘로 9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10분 동안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 진행된 퍼레이드에는 1만2천 명 이상의 군인과 190여 대의 각종 무기 및 군사장비, 70여 대의 군용기들이 참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기념 연설에서 나치즘에 대한 완전한 승리는 바로 소련의 공헌이었다고 역설하면서, 현재 세계적으로 나치즘을 다시 받아들이고 역사를 왜곡해 재기록하려는 위험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일관되게 국제법을 수호하고 있지만 동시에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굳건하게 국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연설에 이어 각종 군부대의 분열식과 무기·군사 장비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차세대 주력전차 T-14 '아르마타'를 비롯한 각종 전차와 장갑차, 단거리 전술 미사일 이스칸데르-M, 개량형 다연장로켓포 '토르나도-S', 방공시스템 '판치리-S', 첨단방공미사일 S-400, RS-24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 위용을 과시하며 차례로 광장을 지나갔다.
지상 무기에 이어 수호이(Su)-35S 전투기, Su-24M 전폭기, 첨단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장착한 미그(MiG)-31K 전투기, 전략폭격기 투폴례프(Tu)-95MS와 Tu-160 등이 화려한 공중 퍼레이드를 펼쳤다.
군사 퍼레이드는 공격기 Su-25BM 6대가 연막으로 백색-청색-적색의 3색 러시아 국기를 수놓으며 붉은광장 위를 비행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이 외국 정상으론 유일하게 참석했다.
러시아는 1812년 모스크바를 침공했던 나폴레옹과의 전쟁을 '조국전쟁', 2차 대전 중 나치 독일과의 전쟁을 '대(大)조국전쟁'이라고 부르며 두 전쟁 승리를 민족적 자부심의 근거로 삼고 있다.
군인뿐 아니라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세계 제패를 꿈꾸던 정복자들을 무찌르고 러시아와 세계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이다.
2차대전 승전의 주역도 2천700만명이 숨지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끝까지 나치 독일에 맞선 소련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대조국전쟁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던 지난해에도 5월 9일 승전 기념일 행사를 6월 24일로 연기해 대대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6월 24일은 1945년 2차대전 종전 직후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지시에 따라 전쟁 영웅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의 지휘로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 첫 승전 군사 퍼레이드가 성대하게 펼쳐진 날이었다.
러시아에선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러시아 전역에선 8천419명, 모스크바에선 2천82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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