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전 차관보 "협상 전 대북제재완화 안돼…北성명 개의치 말라"
美매체 기고 "北 반발성명 상투적…대가는 협상 테이블서 찾는 것"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제재 완화 등 '선불금'을 지급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발 성명이 과거와 같이 상투적이라며 개의치 말라고도 했다.
힐 전 차관보는 7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 기고에서 "미국은 제재 완화든 다른 조치든 선불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대가는 협상 테이블에서 찾을 수 있지, 회담 참석에 동의한다고 자진해서 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무엇도 지불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시하고자 외교가 모든 참가자의 동의를 전제한다는 점을 얘기하려 노력했다"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끝내기 위해 협상으로 돌아온다면 평화협정, 상호인정, 경제지원, 제재 완화 등 북한이 고려할 것들이 많다"고 했다.
일단 협상을 시작한 뒤 북미가 주고받을 것을 논의하는 것이지, 북한의 협상 복귀만으로 대가를 줘선 안 된다는 의미다. 힐 전 차관보는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로 있으면서 9·19 공동성명(2005년)과 2·13 합의(2007년) 등을 이끈 주역이다.
그는 "바이든 정부는 회담 재개를 위해 과거 어떤 방식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동맹과 파트너를 참여시키려는 동시에 특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형식은 종종 외교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형식이 어떻든지 간에 회담 본질을 북한에 상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인 성명과 관련해 "오래 기다려온 정책검토 결과에 대한 확실한 불만을 전달한 것이란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성명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 검토 내용과 관계없이 수년 전 작성해왔던 것처럼 상투적이고 복고적인 모습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북한은 대화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의 성명이 북한의 최종 언급이 아니라는 것 역시 명백하기에 그 성명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명에 관한 한, 북한은 곧 또 다른 성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북한에 좋은 시기가 아니다"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 경제 황폐화, 내부 압박 등 북한이 직면한 어려움을 거론했다.
힐 전 차관보는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일괄타결과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거부하는 올바른 균형을 취했다"고 평가한 뒤 "북한의 핵 야망은 심각한 문제이며,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 등 대북 결의안에 대한 진지하고 다층적인 접근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는 한국, 일본 등 중요한 동맹을 포함한 미국의 글로벌 동맹체제에 무게를 두는 가치를 비밀로 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종종 미국과 그 동맹의 싸움을 붙이려 하지만 그런 접근법은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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