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녹색당 선두 굳혀…메르켈 후계 40세 여성총리가 이을까
행정 경험 부족 녹색당 총리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에 의구심도
녹색당 열풍속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도 기후변화대응에 열의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 연방하원 선거가 1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녹색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굳히면서 16년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뒤를 40세 여성 녹색당 총리 후보가 이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유권자들은 행정 경험이 부족한 녹색당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녹색당 열풍이 불면서 현재 연립정부를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도 앞다퉈 기후변화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며 열의를 보이고 있다.
7일 독일 ZDF방송이 여론조사기관 발렌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인 '정치바로미터'를 보면, 만약 오는 일요일이 연방하원 선거라면 녹색당의 득표율은 26%로 선두를 달릴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민·기사당 연합이 25%, 사민당이 14%,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1%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총리 후보를 정하기 전이었던 지난 4월 중순보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6%포인트 떨어졌고, 녹색당은 5%포인트 뛰어올랐다.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전날 독일 ARD방송과 디벨트지가 디맵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결과인 '독일트렌드'를 봐도 오는 일요일이 연방하원 선거라고 가정했을 때, 녹색당의 득표율은 26%로 선두를 달렸고, 기민·기사당 연합은 23%에 그쳤다.
독일의 총리는 연방하원이 비밀투표로 선출한다.
녹색당의 지지율이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민·기사당 연합을 추월한 것은 녹색당과 기민·기사당 연합이 각각 총리 후보 지명을 마친 지난달 20일부터다.
녹색당은 지난달 19일 파격적으로 '독일의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만 40세 여성인 안나레나 배어복 공동대표를 총리 후보로 내세우면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에, 기민·기사당 연합은 지난달 20일 진통 끝에 배어복 후보보다 20세 연상인 아르민 라셰트 당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인간적이고, 부드러운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 라셰트 후보는 메르켈 총리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카리스마와 대중적 인기가 부족한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다만, ZDF방송의 '정치바로미터'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녹색당이 국정운영 경험이 없고, 배어복 후보가 행정 경험이 없다는 점을 감안, 국정운영을 이끌 정당으로는 전체의 50%가 기민·기사당 연합을, 39%는 녹색당을 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녹색당 돌풍 속에 지난달 29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정부의 기후변화대응법에 담긴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불충분하다며 일부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기민·기사당 연합은 더 야심 찬 계획과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나섰다.
사민당은 기민·기사당 연합이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자 당혹스러워하면서 기후변화대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충이 필요하다며 기민·기사당 연합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지난 5일 기후변화대응법을 개정해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계획보다 5년 앞당긴 것이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독일은 이를 위해 2040년과 2030년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각각 88%, 65% 줄이기로 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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