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해외 지원 의료 물품…숨져가는 인도 코로나 환자
관료주의 등으로 배포 지연…지방 정부·의료 현장선 불만 고조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신음 중인 인도에 세계 각국이 앞다퉈 의료 물품을 보내고 있지만 대부분 공항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BBC뉴스와 인도 언론을 종합하면 지난 2일까지 수도 뉴델리 인디라간디국제공항에만 각국 항공기 25대가 실어 온 300t의 의료 물품이 도착했다.
이 물품에는 의료용 산소발생기, 산소통,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진단 키트 등이 포함됐다.
하루 40만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매일 4천명에 육박하는 환자가 죽어가는 인도 의료 현장에 시급히 전달돼야 할 물품들이다.
하지만 이 물품 대부분은 공항 격납고에 묶인 채 풀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 관계자들은 언제 어떻게 의료 물품 지원을 받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하르시 마하잔 인도의료연합회장은 "어디에서 물자들이 배포될지 관련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각 주 정부도 의료 물품이 어디로 간 거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하루 확진자가 4만명이 넘는 남부 케랄라주의 보건부 차관 라잔 코브라가데는 BBC뉴스에 "5일 오후까지 아무런 구호 의료물자를 받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의료 물품 배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인도 정부의 관료주의와 더딘 행정업무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적십자사-운송업체 HLL 라이프케어 등으로 이어지는 공급 절차가 복잡하고 한정된 담당 인력 사이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는 것도 배포 지체의 이유로 꼽힌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26일 물자 배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지난 2일 관련 표준운영지침을 마련했지만 구체적인 배포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인도 정부는 지난 4일 "물품 배분을 위한 능률적이고 체계적인 메커니즘을 만들었다"며 신속하게 작업하기 위해 24시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BBC뉴스는 "인도 정부가 능률적인 메커니즘을 만드는 데에만 일주일이 걸렸다"고 비꼬았다.
다행히 지난 4일부터 북부 펀자브주, 남부 타밀나두주 등에 산소발생기, 산소통 등 해외 지원 물품이 일부 보급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전국 병원 대부분이 병상, 의료용 산소, 의료용품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산업용 산소를 의료용으로 투입하고 호텔과 대형 행사장 등에 병상을 설치하고 있지만, 환자들의 어려움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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