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도 바다거북처럼 지구 자기장 'GPS'로 활용해 장거리 이동
보닛헤드 상어종 대상 인공자기장 실험…상어 대상 첫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상어도 바다거북처럼 지구의 자기장을 '자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처럼 이용해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것이 처음으로 증명됐다.
백상아리가 남아프리카 연안에서 호주까지 왔다가 이듬해 정확히 같은 해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일부 상어가 자기장을 활용해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은 됐지만 포악한 상어를 대상으로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생물학 저널 발생사인 '셀 프레스'(Cell Press)와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립대학 연안·해양 실험실의 브라이언 켈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귀상어(hammerhead) 속 상어 종인 '보닛헤드'(bonnethead)를 대상으로 한 인공 자기장 실험 결과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보닛헤드 20마리를 바다에서 포획한 뒤 인공 자기장을 만들 수 있는 장치를 한 수조에 넣고 자기장 변화에 따른 반응을 살폈다.
해초를 뜯어 먹는 잡식상어로도 알려진 보닛헤드는 플로리다 연안에서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했다가 매년 같은 곳으로 되돌아 와 "먼 거리에서 '고향'을 찾아올 수 있는 상어"라는 점에서 실험대상 종으로 선택됐다.
연구팀은 수조 주변에는 구리 선을 감은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고 전류를 흘려보내 보닛헤드 상어를 잡은 수역과 남북으로 각각 600㎞ 떨어진 곳의 인공 자기장을 번갈아 조성하며 실험했다.
보닛헤드가 자기장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이 맞는다면 남방 자기장에서는 북쪽으로, 북방 자기장에서는 남쪽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포획된 곳과 같은 자기장에서는 특정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실험 결과, 보닛헤드는 남방 자기장과 원래 포획된 곳의 자기장에서는 연구팀이 사전에 예측한 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북방 자기장에서도 일정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닛헤드가 '고향'에서 북쪽으로는 이동하지 않아 빚어진 현상으로 분석됐는데, 자기장 활용 능력을 학습해 얻는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켈러 박사는 "솔직히 이번 실험이 제대로 작동해 놀랐다"면서 "상어의 자기장 활용 능력과 관련한 의문이 50년간 풀리지 않았던 것은 상어 종이 연구하기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어가 드넓은 바다에서 2만㎞를 이동하며 매번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는 것은 신기한 일로, 인간이 어디를 가든 GPS를 활용하는 세계에서 이런 능력은 정말로 놀랍다"고 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해저 케이블 등과 같은 인공물에서 나오는 자기장이 상어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장거리 이동이 아닌 일상적 이동에서도 자기장 신호를 활용하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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