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2%대 물가 현실 될 수도" VS "올해도 1%대 안정"

입력 2021-05-05 10:37
수정 2021-05-05 20:41
"9년만에 2%대 물가 현실 될 수도" VS "올해도 1%대 안정"

경제전문가들, 보복소비 수요 강도 놓고 인플레 이견

한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 1%대 중반 이상으로 높일 듯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최근 공산품과 농축수산물 등의 가격이 일제히 뛰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상승)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실성이 낮다'는 쪽은 유가 등 공급측 요인으로 아무리 가격이 올라도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요가 아직 이를 뒷받침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가·원자재·곡물 가격 강세에 더해 '펜트업(지연·보복) 소비'까지 터지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만약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으면, 이는 지난 2012년(2.2%) 이후 9년 만의 기록이다.



◇ "경기 회복에 펜트업 소비 터지면 물가 급등"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5일 "원자재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고 있어 당분간 2%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정부 등의 전망에 대해 "단언할 수 없다. 많은 위험 요인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결국 공업제품, 서비스 가격 등에 반영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더 빨라질 수도 있고, 경기 회복과 함께 수요 회복 요인까지 더해지면 물가가 부스팅(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우리(현대경제연구원)가 올해 물가 상승률을 1.7%로 전망했는데, 그때 생각하지 못한 (물가 상승) 요인들도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 실장뿐 아니라 여러 전문가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 탓에 억눌린 소비가 터져 나오는 '펜트업(pent-up)' 효과를 향후 물가 상승의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가 인상, 농수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제 수치상 물가보다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더 높다"며 "코로나가 진정되고 보복 소비(펜트업 현상)가 일어나 수요측이 견인하는 물가 압력까지 더해지면 그때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앞으로 물가는 더 오를 수 있다. 코로나19가 작년 3월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기저효과도 있을 것이고,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끝나면 수요가 더 늘면서 물가가 더 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수요가 공급 앞지를만큼 경기 회복세 강하지 않아"

반대로 제한적 물가 상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수요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올라가려면 경제활동이 정상화하고 수요 자체가 늘어나야 하는데, 세계 경제 회복세나 잠재 GDP(국내총생산) 등으로 미뤄 (수요 회복) 강도가 클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조 연구위원은 "코로나로 일단 GDP가 한 단계 레벨 다운(수준 하락)된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 정상 성장경로로 돌아가거나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 물건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을 예상할 만큼 경기 회복세도 강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들은 공통으로 최근 높은 물가상승률의 상당 부분이 '기저효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전년 동기 기준 비교를 통해 산출되는데, 지난해 1분기(1∼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1% 안팎에 머물렀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외식 등 서비스 물가가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2%를 웃돈 물가상승률의 상당 부분은 기저효과이고, 농축수산물의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가 크기 때문에 계속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3,4분기에는 지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를 넘어야 인플레이션인데, 올해도 내년에도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도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와 관련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초반으로 높아졌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1.3%)을 웃돌아 당분간 2% 내외 수준에서 등락하다 다소 낮아지고,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점차 1%대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한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3%이지만, 이달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1%대 중반 이상까지 높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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