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지날 때마다 고가 흔들"…예고됐던 멕시코 지하철 참사

입력 2021-05-05 09:12
수정 2021-05-05 10:26
"열차 지날 때마다 고가 흔들"…예고됐던 멕시코 지하철 참사

사고 전부터 구조 결함 보고돼…검찰, 과실치사 수사 개시

사망자 24명으로 늘어…사고 발생한 12호선 무기한 운행정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지하철 추락 사고는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무너진 고가철도를 두고 건설 직후부터 계속 위험 경고음이 나왔으나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검찰은 전날 발생한 지하철 12호선과 관련해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수사를 개시했다. 아울러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은 노르웨이 업체가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당국은 철저히 원인을 규명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밤 10시 22분 멕시코시티 남동부 지하철 12호선 올리보스역 근처에서 발생한 고가철도 붕괴와 지하철 추락 사고로 지금까지 사망자는 24명, 부상자는 79명으로 각각 늘었다.

지하철이 고가를 지나는 순간 고가를 지지하던 기둥이 붕괴하며 벌어진 사고였다.



4일 오전 크레인이 사고 객차 2량을 현장에서 들어냈고, 12호선 운행은 무기한 정지됐다.

멕시코시티 남부의 동서로 잇는 12호선은 멕시코시티 총 12개 지하철 노선 중 가장 최근인 2012년에 개통됐다.

개통 10년이 채 안 된 지하철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를 놓고 사고의 징후는 일찍부터 나타났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12호선의 이번 사고 구간 공사를 담당한 것은 멕시코 재벌 카를로스 슬림의 건설회사 CCICSA였으며,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장관이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을 맡고 있었다.

개통 2년 만인 2014년 일부 구간에 문제가 발견됐고 당국은 이번에 무너진 고가철도를 비롯한 여러 구간을 폐쇄한 채 보수 공사를 벌였다.

재개통 후 2017년엔 규모 7.1의 강진이 멕시코시티를 강타하면서, 고가철도에도 균열이 보고됐다. 당국은 이후 조치를 마쳤다고 밝혔지만 불안한 조짐은 계속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사고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 4명을 인용해 지하철이 지날 때마다 고가철도 구조물이 흔들리는 게 육안으로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12호선으로 통근하는 빅토르 라라는 로이터에 "지하철이 지나면 고가 기둥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며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 지하철 노조의 페르난도 에스피노는 엘우니베르살과 밀레니오 등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구조적인 문제"라며 현장 기술자들이 결함을 보고했으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고된 참사에 시민들은 분노와 불안을 토로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지하철은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해 미주에선 미국 뉴욕 지하철 다음으로 이용객이 많다. 지옥철로 악명이 높고 범죄 위험도 있지만 요금이 5페소(약 280원)로 저렴해 '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다.

멕시코 지하철 고가철도 붕괴…최소 13명 사망·70명 부상 / 연합뉴스 (Yonhapnews)

지하철 이용객은 브렌다 곤살레스(30)는 AFP통신에 "전에도 지하철을 탈 때마다 불안했는데 이제 더 불안해졌다"며 "유지보수를 한다고 하지만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우리가 내는 요금만 훔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하철 노조는 이번 문제가 12호선의 문제만은 아니라며, 멕시코시티 지하철 전반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내주 근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엘우니베르살에 따르면 노조는 "전체 시스템이 위험하다는 것을 시 정부가 알아야 한다"며 "특히 B호선과 5·9호선에서 어젯밤과 같은 불행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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