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행보 시동거는 브라질 '좌파 대부' 룰라…전략적 제휴 나서
거물 정치인 연쇄 접촉…보우소나루 아성 리우데자네이루 공략 주력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좌파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내년 대선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지만, 주요 정치인들을 두루 접촉하며 정계 복귀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3일부터 수도 브라질리아에 머물며 호드리구 마이아 전 하원의장 등 정계 거물들을 잇따라 만나고 있다.
특히 룰라 전 대통령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세 아들의 정치적 기반이자 아성인 리우데자네이루주를 공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주지사 선거에서 리우데자네이루에 출마할 것으로 유력시되는 좌파 정당 소속 하원의원과 현직 리우데자네이루 시장을 만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좌파 사회주의자유당(PSOL)의 마르셀루 프레이슈 하원의원은 룰라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리우데자네이루와 브라질에서 보우소나루를 패배시키기 위해 폭넓은 연합전선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룰라 전 대통령은 리우데자네이루뿐 아니라 다른 많은 주에서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 있다"고 말해 앞으로 룰라의 행보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대법관 11명이 참석한 전원회의에서 룰라에 대한 실형 선고 무효 결정을 다수 의견으로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룰라는 정치적 권리를 회복하고 내년 대선 출마도 가능하게 됐다.
룰라는 3월 중순 미국 CNN 방송 인터뷰를 통해 "대선 정국이 다가오면서 내가 속한 노동자당과 제휴 정당들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이해하고, 건강과 체력이 잘 유지된다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중순에는 아르헨티나 C5N TV와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극우 행태와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들어 '파시스트' '대량학살자'라고 맹비난하면서, 보우소나루를 끌어내리기 위해 대선 출마를 결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에서는 내년 대선이 보우소나루와 룰라의 맞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에 나온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룰라는 29%를 기록해 28%인 보우소나루를 1%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다른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두 사람이 결선투표에 진출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 조사에서 예상 득표율은 룰라 42%·보우소나루 38%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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