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5세기 걸친 마야인 학대 공식사과
대통령 "국가와 외세에 끔찍히 학대당한 점 진심 사과"
선거 앞둔 시점과 관광열차 반대 무마용 해석에 '회의론'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멕시코 정부가 500년 전 스페인이 멕시코를 정복했을 때 시작된 마야족 원주민 학대를 공식으로 사과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킨타나로오주(州) 펠리페 카리요 푸에르토에서 열린 행사에서 마야족 원주민에게 사과했다고 BBC방송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행사에는 마야족 다수가 사는 이웃 과테말라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대통령도 참석했다.
펠리페 카리요 푸에르토는 주민 대부분이 마야족인 도시다.
이곳은 1847~1901년 마야인들이 당시 멕시코 정부와 유럽계 정복자 후손인 지배층을 상대로 벌인 봉기를 일컫는 '카스테 전쟁'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날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3세기의 식민지배기와 독립 후 2세기 동안 개인과 국가 또는 (멕시코를) 지배한 외세에 의해 끔찍하게 학대당한 마야인에게 가장 진심으로 사과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올가 산체스 내무장관은 "우리 역사에서 마야인에게 가해진 부당한 일과 마야인들이 현재도 당하는 차별에 대해 멕시코 정부의 이름으로 용서를 청한다"라면서 "마야인에게 가해진 잘못되고 부당한 일을 오랜 기간 부정해왔으나 우리는 오늘 이를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사과는 '스페인의 멕시코 정복 500주년'과 '1821년 멕시코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BBC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원주민 권익 옹호자로서 처음 이름을 알렸기에 이번 사과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라고 전했다.
또 멕시코와 스페인 정부에 대량학살과 문화파괴를 사과하라고 오래 요구해온 마야족 원주민들에게 이번 사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BBC는 짚었다.
다만 사과 '시점' 때문에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 달 뒤 의회·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어서 마야족 원주민 '표심'을 노린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리비에라 마야 지역을 통과하는 관광열차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를 강력히 반대하는 지역민심을 달래기 위한 사과라는 풀이도 나온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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