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훌쩍 넘은 소비자물가…포스트 코로나 인플레이션 오나

입력 2021-05-04 09:27
2% 훌쩍 넘은 소비자물가…포스트 코로나 인플레이션 오나

3년8개월만에 최대 상승폭…농축산물·유가에 기저효과까지

2분기 고공행진 이어질 듯…"하반기 둔화해 연간 2%는 안 될 것"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이보배 곽민서 기자 = 소비자물가가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의 온기가 아직 서민들에게 채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축수산물 등 체감물가가 뛰어 민생이 더욱 피폐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2분기 저물가의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당분간은 2%를 상회하는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하반기에는 다소 둔화해 연평균으로는 2%에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 2년 반 만에 한은 물가안정목표 상회

4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한해 전보다 2.3% 올랐다. 2017년 8월에 2.5% 오른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2%대 상승은 2018년 11월(2.0%)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2%는 인플레이션 여부를 가리는 기준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있다. 일례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도 2.0%다.

긴 시계에서 물가가 2%를 넘는다면 통화정책 전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저물가 시대에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인해 최근까지 줄곧 0∼1%대의 저물가 기조를 이어왔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서비스 수요가 줄고 석유류 가격이 급락하자 지난해 4월(0.1%) 0%대로 떨어진 뒤 5월에는 마이너스(-0.3%)를 나타내기도 했다.



◇ 기저효과에 농축수산물·유가 상승 복합 작용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돈 데는 농축수산물 가격의 지속적인 오름세와 유가 상승, 수요 증가에 따른 서비스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파(270.0%), 달걀(36.9%), 고춧가루(35.3%) 등이 크게 오르면서 1년 전보다 13.1%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고공행진'은 긴 장마와 한파, 조류 인플루엔자(AI) 영향 등으로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작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1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2.3%)까지 지난해 1월(2.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서비스(1.3%)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1%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이례적으로 낮았기에 올해 더욱 큰 폭의 상승률이 나타난 기저효과 영향도 크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4월 물가상승률과 관련해 "수요측 요인보다는 유가와 농축산물 등 공급측 요인의 변동성 확대가 크게 작용했다"며 "물가상승률 2.3% 중 농축산물과 석유류 가격의 기여도가 1.5%포인트로 전체 물가상승의 약 65%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물가, 하반기 둔화 기대…연간 2% 가능성 제한적"

정부와 통계청은 2분기를 지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정 부분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명확한 부분은 기저효과다. 물가는 통상 작년 동기 대비로 보는데 작년 2분기가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심한 시기였던 만큼 물가도 크게 떨어져 올해 2분기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의 배경이 됐던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도 더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통계청 어운선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 둔화와 국제유가 상승세 진정 전망 등으로 미뤄볼 때 하반기에 들어서면 안정세를 찾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억원 차관은 "3분기부터는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연간 기준으로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로 확산되지 않도록 물가 안정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식료품이나 유가가 많이 뛰다 보니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는 아니었더라도 체감하는 형태의 인플레는 상당히 있다"면서 "하반기 들어 백신 접종이 늘고 우리도 수요 측면에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 실질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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