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램지어 사면초가…다국적 학자들 검증 본격화

입력 2021-05-04 07:05
수정 2021-05-04 09:22
'역사왜곡' 램지어 사면초가…다국적 학자들 검증 본격화

국제학술지 APJJF, 램지어 비판 특별호 발간…"학문으로 볼 수 없어"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써 논란을 일으킨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에 대한 검증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인용 오류와 사실 왜곡 등이 확인된 위안부 논문 외에 과거에 발표한 역사 관련 논문들이 대상이 됐다.

국제 학술지 아시아퍼시픽저널 저팬포커스(APJJF)는 1일(현지시간) 램지어 교수가 일본 내 피차별 계층인 부라쿠민(部落民)을 다룬 논문을 검증하는 특별 호를 발간했다.

앞서 램지어 교수는 부라쿠민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소수민족 집단 대다수는 정직하게 돈을 벌며 살았지만, 범죄조직 남성 다수는 부라쿠민이나 한국인이다"라는 식으로 일본 우익세력의 시각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언 니어리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사이토 나오코(齋藤直子) 오사카시립대 교수 등 부라쿠민 연구의 권위자들은 APJJF에 모두 8개의 글을 게재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부라쿠민 관련 논문이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학술지에 발표돼 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위안부 논문 사태 이후 존재가 알려지면서 대응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니어리 명예교수는 "일본의 우익세력이 위안부와 재일교포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열렬하게 옹호하는 것처럼 부라쿠민에 대한 주장도 수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학술 논문으로 부를 수 없을 만큼 흠결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지프 핸킨스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후지오카 미에코(藤岡美惠子) 호세이대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지난해 학술지 법경제학리뷰에 발표한 '정치적 정체성의 날조: 일본의 부라쿠민'은 이들에 대한 증오를 담은 선동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연구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시하지 않았고, 사회적·학술적 의미도 설정하지 않은 채 부라쿠민에 대한 비판적 주장만을 담아 논문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또한 부라쿠민의 폭력성과 부패를 주장하면서도 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점도 학술 논문으로서 기준에 못 미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게재된 법경제학리뷰 편집자에게 논문 재조사를 요구했다.

핸킨스 교수 등은 "사회적 소수집단을 연구하는 학자는 연구자와 연구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의 비대칭성 문제를 의식하면서 높은 수준의 연구 윤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그러나 램지어 교수는 그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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