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주택관리사협회장 "주택관리사 보호할 법 제정 시급"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공동주택 관리 현장에서 최대 화두는 단연 이경숙 주택관리사 피살 사건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경숙 법'을 제정하는 것이 급선무죠."
이선미(55) 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은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협회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협회장 임기 내 최우선으로 추진하려는 과제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작년 10월 인천 서구에서 여성 아파트 관리소장인 이경숙 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입주자 대표회장 A씨(65·남)에게 최근 1심 법원은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경숙 씨에게 종종 아파트 관리비 사용 문제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씨는 이런 의혹을 없애려고 직접 외부 기관에 회계 감사를 의뢰해 횡령 사실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기도 했다.
검찰은 A씨가 아무 근거 없이 이씨를 의심한 점, 사건 전 미리 변호사를 검색한 점, 집에서 가방에 칼을 넣어가 피해자가 혼자 있는 시간을 이용해 살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악의적·계획적인 살해라며 30년을 구형했지만, 1심에서는 구형 절반 이하의 형량이 선고된 셈이다.
이선미 협회장은 "(입주자대표회장의 주택관리사 피살은) 공동주택 관리제도 도입 30년간 한 번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라며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의 업무 환경이 위협받는 단적인 사건임에도, 사법부는 사인 간의 분쟁에 따른 양형 기준으로 판결을 내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에게 살인·상해·폭행·협박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형법과 공동주택관리법에 가중처벌할 수 있는 벌칙 조항이 반영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협회장 선거 기간 중에 발생한 이경숙 피살은 주택관리사의 열악한 업무 환경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자리매김했다.
주택관리사는 건물을 관리하고 주민자치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한 일을 집행하는 총책임자이지만, 이들이 처한 현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주택관리사 고용은 대부분 입주자대표회의가 전문 위탁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부당하게 위탁업체에 관리사의 해고를 종용하거나 임금 삭감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고, 업체는 해당 단지와의 계약 해지를 막기 위해 이를 수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근거해 의결해야 함에도 주택관리사에게 각종 위법을 강하고 업무에 간섭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아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고 관리 주체는 집행만 함에도, 계약 주체라는 이유로 관리 주체에게 행정청의 각종 과태료 처분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 협회장은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에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간섭 배제 등의 선언적 조항이 있다"면서 "실효성 있는 법안이 되려면 입주자대표회의 부당간섭 행위에 대한 과태료 처분 조항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협회장은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들의 1년 미만 계약에 따른 고용 불안과 신분 불안정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통상 2∼3년마다 근로계약이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일부 단지에서는 3개월 초단기 계약이 횡행하는 곳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협회장은 "주택관리사에게 수시로 벌어지는 인격 모독, 폭언, 폭행 등의 갑질과 괴롭힘은 이제 몇몇 일부 입주민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면서 "남은 2년 7개월여의 임기 동안 반드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이뤄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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