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참사에 성난 민심…모디, 지방 핵심 선거서 완패(종합)

입력 2021-05-03 11:27
코로나 참사에 성난 민심…모디, 지방 핵심 선거서 완패(종합)

'격전지' 웨스트벵골주 등 5곳 중 3곳서 패배

대확산 속 '노마스크' 유세·힌두 축제 방치 모디에 비판 여론



(뉴델리·서울=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이윤영 기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속에서 치러진 일부 지역 지방선거에서 완패했다.

이에 모디 총리의 방역 실패 책임을 놓고 민심이 분노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3일 오전(현지시간) 잠정 투표 집계 결과 BJP 연합은 이번 5곳 선거 중 3곳에서 참패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4개 주와 1개 연방직할지에서 지역 의회 의원을 뽑았다. 인도는 28개 주와 8개 연방직할지로 이뤄졌다.

동부 웨스트벵골주의 주의회 선거에서는 지역정당인 트리나물콩그레스(TMC)가 전체 294석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13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BJP가 확보한 의석수는 77석에 그쳤다.

TMC는 인도의 유일한 여성 주총리인 마마타 바네르지가 이끌고 있다.

인구 9천만명의 웨스트벵골주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꼽혔던 지역이다. '반모디' 세력의 기수인 바네르지 주총리와 모디 총리가 사실상 정면으로 맞붙었기 때문이다.

원래 TMC가 장악한 '야당 텃밭'이긴 하지만 BJP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승리를 자신했다. 모디 총리와 연방 정부 장관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십 차례 직접 현지 대규모 유세를 펼칠 만큼 공을 들였다.



남부 타밀나두주에서는 BJP와 연대해 집권하고 있던 지역 정당 전인도안나드라비다 진보연맹(AIADMK)이 드라비다진보연맹(DMK)에 완패했다. AIADMK는 234석 가운데 74석을 얻는 데 그쳤고 DMK는 156석을 쓸어갔다.

BJP 연합은 동북부 작은 주인 아삼주와 연방직할지 푸두체리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외신들은 모디 총리의 대규모 유세 행보가 오히려 선거 패배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인도에서는 최근 하루 40만명 안팎의 기록적인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만큼 최악의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지만 모디 총리는 방역보다는 선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모디 총리가 참석한 대규모 선거 유세장마다 대규모 '노마스크' 인파가 몰려들어 최근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 급등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산소가 아니라 연설을 멈추라'(Stop the speech, not the oxygen), '모디 사임'(ModiResign)이라는 해시태그가 올라오기도 했다.



하루 최대 수백만 명이 몰린 대규모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를 여러 달 방치한 모디 총리의 태도도 비난받았다.

야권 등에서는 모디 총리가 이 축제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것은 축제의 배경이 힌두교이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는 2019년 총선에서도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등 큰 인기를 얻어왔다. 인구 다수인 힌두교도는 모디 총리가 내세운 힌두 민족주의와 강력한 카리스마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같은 지지 기반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BBC방송은 "이번 선거는 모디 총리가 코로나 위기 대처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지 지켜보기 위한 선거였다"며 "모디 총리는 팬데믹보다 선거에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디 총리가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과 함께 벵골 지역에서 50차례가 넘는 유세 연설을 했다면서 "모디 총리는 인도가 세계 최악의 코로나 감염국이 되는 와중에 유세를 열면서 대중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고 지적했다.

바네르지 웨스트벵골주 총리는 "웨스트벵골이 인도를 구했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히고, 코로나19 대처가 자신의 최우선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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